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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의여명 Dec 23. 2022

자연은 왜 이야기를 멈추었나?

대자연의 이야기(2012) - 바야르 반즈락치


2006년 정도였던 것 같다. 몽골의 목노래 공연을 처음 보았던 곳은 프라하의 국제앰네스티에서 주최했던 몽골 관련 전시였다. 전시의 홍보와 축하를 위해 몽골에서 초청한 아티스트가 전통의상을 입고 불렀던 이 신비한 공연을 관람했다. 아직은 어리고 조금 많이 삐딱했던 나는 그 특별한 공연을 보고 음악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 신기한 민속예술 하나를 또 동물원 원숭이로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좀 나빴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앰네스티의 전시내용이 아니라 이 신비로운 몽골의 음악이었다. 이 흐미 khoomei라고 하는 음악에는 여러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아직도 기억한다. 귀로 듣는 소리와 눈앞의 아티스트가 내는 입모양이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음악은 언어다. 아니, 언어 이상의 언어라고 해야 하나? 아주 많은 이들이 음악을 통한 교감과 소통이 비단 가능할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더욱 효율적이라 이야기한다. 이 영화 속 몽골의 목노래는 자연과의 대화를 위한 언어이다. 산, 강, 늑대, 풀… 모두 각자의 일생과 영혼을 담은 이야기가 있고 흐미는 이들의 소리를 듣고 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동시다발적인 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역시 생각해 보면 당연한 듯하다. 자연은 소란스럽다. 적막한 초원의 밤에도 누군가는 깨어있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여럿이, 동시에…



영화 속 주인공인 전통음악인 흐미가수인 바다르 파피잔은 변해가는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더 이상 노래로 안부를 물어도 답을 하지 않는 산과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왜 그들은 대답하지 않는가? 그들의 대답이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을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세대에 이 음악을 전하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충분한가?



영화의 화면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다. 바다르의 언어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그의 음악과 그의 노래는 자연의 소리를 닮아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답하지 않는 자연의 이야기가 그의 노랫소리를 통해 흘러나온다.




뜬금없는 덧글 1

거의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몽고반점, 그래서 이상하게 친숙한 나라 몽골이지만 이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하나라도 본 사람보다는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런 몽골에서 만들어진, 딱히 들어본 적 없는 감독이 만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영화지만 그리 길지 않아 조금은 부담 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뜬금없는 덧글 2

영화의 이미지 하나 찾기 힘들었다. 포스터는 물론이고 유튜브 트레일러도 없다. 그래서 혹시라도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이 영화의 주인공인 Papizan의 연주 영상하나를 찾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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