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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선택

그 끝엔 아침이 있기를..

by 새벽Dawn

시작은 늘 그랬다.

무엇이든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 끝은 그저 모진 사람이 되어버렸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서로의 시간 속에서, 녹아드는 초콜릿처럼 처음엔 달콤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녹아 바닥에 눌어붙어버렸다.


작은 기다림조차 아깝지 않았고, 조심스러워서 다가가기조차 어려웠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낑낑거리면서도 새 옷이라는 생각에 그저 기뻐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고, 서서히 옷을 벗으려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고민이 오고 간다. 쉽게 고른 건 아닐까. 내가 선택하고 들인 모든 비용조차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고통 속을 거닐게 된다. 거의 다 맞아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내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버틴 건 아닐까.'

어쩌면 지금의 옷보단 다른 옷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오고 가는 순간들이 있다.


아마도 순간의 선택들이 삶을 좌지우지하게 되지만, 그 선택이 잘된 건지 미리 아는 사람은 없다. 물론 경험들이 쌓여서 자신의 선택에 도움을 주거나, 행여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과거에 빗대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내 마음은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걸 항상 뒤에서야 알게 된다.


그렇게 옷을 벗기까지 들였던 선택의 시간,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몸에 맞추려던 노력들 때문에, 아마도 또 다른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글에서 어떻게 하길 바란다고 많이들 썼지만, 오늘만큼은 쉽게 말을 건네기를 주저하게 된다. 아마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었을뿐더러, 그 선택의 순간들이 맞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선택을 하라는 말보단, 지금의 선택들이 모여 자신이 되었을 테고, 지금의 내가 있을 테니, 행여 자신이 고통 속에 있을지도, 혹은 후회로 가득한 삶이 되었더라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항상 행복한 선택만 하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깊은 어둠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길이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자신조차 가늠할 수 없기에...


언젠가 그 어둠이 걷힐 날이 오지 않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 말이 생각난다. 시상식에서 박보영 배우가 수상소감을 얘기하는데, "만약 지금 깊은 어둠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텨서 아침을 맞이하시기 바란다"는...


선택, 후회, 어둠... 그 끝엔 아침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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