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주는 것
요 근래 몸이 꽤 많이 아파왔다. 그래서 글쓰기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단순한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생각하기 싫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놓아버렸던 건 아닐까.
아픔이라는 굴레 속에 자신을 가둔 채, 의지마저 서서히 태워버렸던 것 같다.
사람이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약해지는 순간, 가장 먼저 버리는 건 자신이다.
잠시뿐이라 믿지만, 그 잠시는 생각보다 길다.
그렇게 흐른 시간 속에서 문득 돌아보면,
‘괜찮은가’ 한 번쯤 자신에게 물어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 속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환경이, 상황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때로는 의지를 꺾고, 목표조차 잊게 만들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지 않으면 지금을 벗어날 수 없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친다면 잠시 쉬어도 좋다.
다만 멈춰 서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작은 일이라도, 지금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
그게 나를 다시 일으키는 시작이 된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어릴 적 친구인데, 사고로 인해 머리 아래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닥친 절망 앞에서 누구라도 주저앉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컴퓨터로 글을 쓰며, 세상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그의 삶을 보면 ‘할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단단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 역시 비슷한 시간을 겪었다.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었을 때, 모든 게 끝난 것 같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나는 혼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 익숙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익숙함 속에서 다시 빛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결국 기쁨도, 절망도, 모두 시간 앞에서는 무뎌진다.
눈앞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조금만 더 견디면 언젠가 그 끝에 작은 희망이 깃든다.
그 희망을 찾고 싶다면,
어두운 시간일수록 더 간절히 바라야 한다.
그때의 몸부림이 훗날 빛으로 돌아오니까.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온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이겨내느냐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있겠지만,
진짜 변화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된다.
아마 어둠이 깊을수록,
그 끝에서 만나는 빛은 더 눈부실 것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다면,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자.
고통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