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자리에서 또 한번...
가끔은 멈춰 서는 것도 용기다.
모든 일을 붙잡고 버티는 게 강한 게 아니라,
놓을 줄 아는 마음이 더 단단할 때가 있다.
나는 한동안 ‘다시 시작’이란 말을 쉽게 입에 담지 못했다.
시작이란 말엔 언제나 ‘끝’의 그림자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끝내고, 버리고, 새로 나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결심을 요구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나를 너무 몰아붙였다는 걸 깨달았다.
해야 할 일들, 잊지 말아야 할 다짐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미뤄진 채로 남아 있었다.
그때 알았다.
다시 시작하는 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낡은 마음을 갈아입는 일이라는 걸.
무언가를 잘하려 하기보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진짜 시작이었다.
요즘 나는 하루의 끝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는가?”
대단한 변화가 없어도,
내가 어제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갔다면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성장’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무너진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자리를 마련한 것뿐이다.
넘어졌던 자리 위에 다시 일어서는 순간, 우린 이미 어제의 자신을 넘어선다.
너에게 무의미했던 오늘일지라도...
그 허탈함에 자신을 자책하는 날은 분명 다시 시작할 처음이 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