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오랜만에 브런치를 적어본다. 게으름이라 불렸던 지난 시간들이 시린 바람 속 낙엽처럼 허무하게만 느껴지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도 나에게 꼭 필요한 여백이었을지 모른다.
브런치를 오래 쓰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MBTI를 완전히 믿는 편은 아니지만, 계획형이라는 말이 나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올해 안에 책 한 권을 더 내는 것, 그리고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것. 둘 다 이루고 싶었지만 결국 한쪽은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전자책이나 자비출판이라는 쉬운 길도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기획출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6월쯤 서둘러 원고를 완성해 판단도 없이 투고했다. 마음만 먹으면 타협하며 책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더 나은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원고를 거의 처음부터 다시 쓰듯 고쳐나가고 있다.
어느덧 10월이 되었고, 동시에 신춘문예도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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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 능력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던 건 아닐까.’
요즘은 글을 세상에 내보내기 쉽고, 진입장벽 또한 낮아졌지만, 그만큼 경쟁력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빨리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여러 목표를 한꺼번에 붙잡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올해가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해’로 남을까 봐 두려웠다.
누군가가 말했다.
“성과란 ‘선택과 집중’의 산물이다.
모든 일에 손을 대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 삶 앞에서는 이 단순한 원리가 가장 어려운 선택이 된다. 목표를 세울 때는 능력뿐 아니라 변수까지 생각해야 하고, 때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다른 것들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실패도 없지만, 퇴보도 없으니 결국 변화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퇴보가 없다’는 말은 곧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택한 목표 앞에서는 결국 집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선택을 연습하고 있다. 비록 결과가 꼭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한 방향으로 깊게 파보는 과정 자체가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매번 비슷한 글, 본 듯 한 글들을 적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은 망각의 존재이고, 익숙해지는 순간 놓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에세이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음에도 계속 읽히고, 계속 팔린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결국 그와 같다.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다시 한번,
선택하고 집중하라고 고 말해두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