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둔 빵 좀 부드럽게 먹어보려고 데웠어요.
근데 딱딱하게 굳었더라고요.
너무 데웠는지, 아님 원래 데우면 안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잘만 하면 못도 박겠다 싶을 정도로 단단하길래
빵 사이사이에 블루베리 잼을 발라 냉장고에 넣어놨어요.
잼이 잘 발린 부분은 질긴 스펀지처럼 축축해졌는데,
끄트머리는 여전히 단단하더라고요.
냅다 버리긴 뭐해서 꾸역꾸역 반 정도를 먹었는데
점점 속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남은 건 버렸어요.
입천장은 다 까이고, 속은 더부룩하고, 기분은 저조해요.
빵이 딱딱해서 그런건지, 아님 잼이 상한건지,
그것도 아니면 삶이 권태로워서인지 모르겠어요.
무한히 반복될 것 같은 악몽을 꾸고 일어나
애써 생각 좀 돌리겠다고 멍하니 핸드폰 화면만 위로 넘기며
시간을 보냈는데 빵 몇 조각에 잊었던 짜증이 몰려와요.
선생님, 제가 잘못된 걸까요?
다들 이렇게 살아가나요?
예전엔 모두가 나처럼 살고 있을 거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달라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고,
슬픔보다 기쁨이 좀 더 많은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해요.
선생님, 이건 위선인가요?
위선은 나쁜 거라고 배웠는데, 최근엔 또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세상은 거짓된 친절로 따듯하게 변해간다고요.
제가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끔찍해서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뭐, 가끔 옥상에 올라가서 낡은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는 시간만 있으면 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담배도 있으면 더 좋겠네요.
가끔 콘스탄틴처럼 폐가 끈적한 타르로 뒤덮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피는 때도 있긴한데, 술을 끊다시피 했으니 이건 좀 봐주세요.
선생님, 제 무릎에 흉터 기억나세요?
아문 지가 언젠데 요즘 다시 딱지가 앉더라고요.
그냥,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피가 멎고 새 살이 돋아서 흉터만 희미하게 남아도
다시 아플 수가 있는거구나.
내가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다시 아플 수가 있구나.
지나간 추억에 새로운 감정을 더하지 말고,
지나간 아픔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사람 일은 쉽지가 않네요.
선생님, 이런 기분과 생각들은 어떤 이름으로 정의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