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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29. 2020

170424

201107, 201108

 시험날 아침 11시에 수업이 하나 있었고 끝나고 바로 1시에 교양 시험을 보러가야했다. 전날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잤다. 벼락치기에 밤샘이 빠질 수 없다.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늦게 일어나고 싶었는데 엄마아빠의 높아진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일단 일어나고 나니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잠결에 들어보니 아빠가 잠시 나갔다 오셨고 엄마는 아빠가 담배피고 오신거냐고 묻고 계셨다. 아빠는 아니라고 하고 계셨다. 사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도 아빠가 담배를 피우고 오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가 들어오실 때, 밤새 틀어놓은 보일러가 데워놓은 집안 공기 사이로 찬바람과 담배연기가 섞여들어 왔고, 자다 깨서도 맡을 수 있었다. 잠결의 나도 느낄 수 있는데, 아프고 나서 냄새에 예민해지신 엄마는 오죽하셨을까. 우리 집의 흡연자는 아빠 뿐이라 우리는 항상 담배연기에 예민하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실로 나가 저 다툼을 말리다보면 엄마의 편을 들게되고 함께 아빠를 구박할까봐 눈을 다시 감고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다툼이 잦아들자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학교갈 시간이었다. 서둘러 준비하고 나가면서 엄마께 아빠를 너무 구박하지 마시라고, 조금씩 줄이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엄마는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절대 안된다고 하셨다. 분을 참으면서 말씀하시는, 약간의 씩씩거림이 들어간 높아진 목소리였다. 서러우신지 눈물도 흘리셨다. 수업에 가야하는데 엄마가 우시니 당황스러웠다. 곧 금방 괜찮아지셨지만 엄마 혼자두고 학교를 가는게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끊으시라해도 못 끊으시는데, 뭐라고 하면 효과가 있을지 고민을 조금 했다.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엄마가 안 계셨다. 전화를 걸어보니 뒷산에 올라가셨다고 하셨다. 건강을 위해 운동차 올라가신 것인데 목소리가 이상했다. 아마 울고 계신 듯 했다. 뒷산 어딘가 조용하고 사람 없는 곳에서 울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를 찾으러가고 싶은데 쇼파에 앉아 전화를 끊고 나니 밤을 샌 피로가 몰려왔다. 피로가 몰려오자 엄마에 대한 걱정과 내일 시험에 대한 걱정이 짐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알람을 5분 뒤로 맞춰놓고 잠깐 쉰 뒤 엄마를 모시러 가기로 했다. 혹시 몰라 카메라도 들고 나갔다.


 평소에 잘 안가본 뒷산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이리저리 이어진 곳이 많고 앞으로 갈수록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먼저 엄마를 찾아내고 싶었는데 이러다 엇갈릴까봐 전화해서 닿을 수 밖에 없었다. 저 멀리 모자를 쓰고 썬글라스를 끼고 마스크까지 착용하신 엄마가 보였다.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미 많이 피어난 곳도 있었다. 꽃 사이에서 엄마를 찍어드릴 수 있었다. 엄마는 집 바로 근처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아픈 후에야 알았고, 아픈 후에나 왔다고 말씀하셨다. 참 이상한 일이다. 왜 건강할 땐 알 수 없었을까.

 집에 돌아와도 엄마가 슬퍼보이셔서 아까는 왜 울고 계셨는지 여쭤보았다. 엄마는 계속 아무 것도 아니라고만 하셨다. 나만 알고 있을테니 말씀해 달라고 졸랐더니 결국 말씀해주셨다. 눈물을 흘리시면서. 엄마는 가족이 아픈게 싫다고 하셨다. 더 나빠지면 안된다고, 당신이 짐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다. 아빠가 담배 피우시는게 너무 싫다고 하셨다.  엄마의 우는 모습이 너무나 서러워보였다.


 좀 진정이 되신 후에 둘이 밥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내가 먼저 나가서 주차장의 차를 빼왔다. 엄마가 차를 타러 길을 건너 오시는데 숨 가빠하시는게 보였다. 움직인 구간도 짧은데 그 짧은 거리에 숨 가빠하신다. 몸의 기능이 빠르게 나빠진다. 식사하러 가는 와중에도 눈물을 조금 훔치신다.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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