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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29. 2020

170425

201109

 시험이 끝났다. 

잠을 얼마 못자서 피곤했다. 그래도 시험이 끝나니 조금 쌩쌩해졌다. 피로가 회복되었다기 보다는 시험도 끝났는데 쓰러져 잘 수 없다는 오기에서 비롯된 에너지라는걸 안다. 오기의 힘을 빌려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Y와 혜화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고 이리저리 쏘다니며 구경을 했다.

 집에 가기 전 전화를 하니 엄마는 식사를 하셨고 아빠는 곧 혜화를 지나가실 듯 했다. 집에 가면 아빠 혼자 저녁을 드실까봐 혜화에서 만나 같이 먹고 가기로 했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가 별로 안고팠기에 항정살 하나만 주문했다. 그런데 2인분이 나왔고, 그냥 같이 먹기로 했다. 성인 남자 둘이 와서 당연히 2인분이라 생각하셨나보다. 아빠는 소주를 시키시고 반주삼아 드셨다. 난 아직도 혼자 술을 마시는 상대방의 잔을 채워주는게 익숙치 않다. 그래서 항상 아빠가 자작하시고 나서야 따라드려야 하는걸 깨닫는다. 매번 한템포 늦은 나의 손.

 아빠가 식사를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다. 엄마가 아프시면 당신도 밥이 잘 안넘어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까지 4키로가 빠졌다고 하신다. 고기를 먹다말고,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니 얼굴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4키로가 얼굴에서만 다 빠진건지 홀쭉을 넘어 헬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갑자기 아빠가 늙어버리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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