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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쪽지 Sep 22. 2020

오늘을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모든 삶을 사랑할 순 없어도

오늘을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내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기도 할뿐더러, 지금 당장의 감사보다는 오늘을 보내도 내일이 올 거라는 확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죽을지도 몰라.”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크게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하루를 위해 빼곡히 적어둔 계획들은 ‘어차피 도착할 내일’에 초점을 맞추고 그어지기도 한다.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 그리고 지금 당장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각자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또한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모르지만 모두에게 요구되는 대답은 같다. 후회 없는 낭만이 따르는 하루. 내가 지닌 감성을 따라 옅어지는 그림을 진하게 칠하는 하루. 크게 아쉬울 것도, 크게 집착하지 않는 하루를 여유 있게 살아가고 싶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낯선 미래를 두려워하고 흔적조차 없는 과거에 얽매여 살 수밖에는 없는 거다. 한참 동안 비가 오는 걸 알아도 젖게 되는 한여름의 장마와도 같은 거다. 우산이 있어도 쏟아지는 빗방울과 같은 거다. 안다고 해서 마음먹는 것조차 쉽지는 않을 테니까.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거니까. 그러니 내가 아는 것들을 모두 지키지 못해도 괜찮다. 불안한 내일에 한껏 우울해도 괜찮다. 쉽게 살아가기가 훨씬 어려운 세상이니까.

나는 오늘 하루가 제법 행복하다. 하루 종일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먹은 음식들, 특별한 걱정이 없는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특별한 하루는 아니지만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려고 모니터 앞에 앉아 한참 타자를 두드릴 수 있는 것도, 친구 생일에 축하해줄 선물을 골라 보낼 수 있는 우리 사이도, 사소한 것에 쉽게 감사를 하는 내 성격도, 많지 않지만 부족하다 느끼지 않는 내 주머니 속 사정도, 매일 반복되나 이제는 익숙한 내 삶들도. 매일 자신 있게 “감사합니다.” 외칠 수 있는 그런 날이었으면 한다. 다소 부족해도, 다소 약해도, 모든 걸 사랑할 수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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