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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쪽지 May 22. 2020

대체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이 뭐길래

두 번이나 은행을 방문하고도 신청하지 못한 이유

나라에서 만들어낸 좋은 제도는 다 복잡하다.


퇴사를 하기 전, 필요한 서류가 있어 전년도 월급여 명세서와 원천징수 명세서를 뽑아달라고 회사에 요청했다. 엄마와 동생이 대구로 내려와 함께 살 곳이 원룸으로는 너무나도 비좁았고 매달 내는 월세는 아직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남에게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우리 가족은 대출이라는 걸 일제 해본 적이 없지만, 대출을 해서라도 전세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알아보던 중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라는 게 있었다. 말이 참 길다. 평소 같았으면 예금이나 적금이 아닌 이상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이자도 비싸지 않았고 괜찮은 상품인 것 같아서 알아봤다. 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필요한 서류도 많지 않았다. 재직증명서와 전년도 월급여 명세서가 전부였다. 그때는 퇴사를 생각했던 게 아니라 데스크의 선생님께 그 두 가지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결국은 서류도 받고 신청도 했지만 끝내 하진 못했다. 아빠는 퇴사를 하게 되면 중도에 신청이 철회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했고, 나는 그냥 신청이라도 해보자고 했지만 아빠는 끝끝내 편하게 월세로 가자고 했다. 써먹지 못한 전년도 월급여 명세서가 자꾸만 밟혔다. '이게 필요한 데가 있었던 것 같은데.'하고.


퇴사를 하고 몇 달을 정신없이 보냈다. 이미 주택청약을 2017년 1월에 가입해뒀으니 청년형으로 변경할 때가 됐다 싶었다. 소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가 전년도 월급여 명세서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작정 은행을 찾았다.



ㅣ모르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요.


3월쯤이었나, 은행에 가서 "저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으로 전환하려고 왔는대요." 외워지지 않는 이 말을 한참 되새기며 들어섰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은행은 내가 오기 직전까지 방역, 소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앞을 막아서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10분가량을 멍하게 서서 앞서 외웠던 말이 사라질 무렵쯤, 문이 열렸다. 번호표를 뽑자 은행원이 바로 오면 된다고 자리를 안내했다.


"그, 주택청약을 하려고 하는데요."

"신규이신가요?"

"아뇨. 원래 있었는데 바꾸려고요. 청년형으로."


그냥 처음에 외웠던 대로만 했으면 깔끔하게 끝났을 텐데 괜히 이런저런 말들이 덧붙여졌다.

잘 모르는 것들에는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서류를 달라길래 준비한 전년도 월급여 명세서를 제출했다.

"아니, 이거 말고 서류를 주셔야죠. 서류 몰라요?"


다른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알지 못했다. 이 서류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바로 전환해주는 줄 알았다. 보통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분은 은행 전체를 소독하는 그날따라 많이 예민하셨나 보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서류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다시 알아보고 올게요."


서둘러 짐을 싸고 일어섰다. 뒤늦게 나를 붙잡고 청년 우대형 설명 용지 하나를 쥐어줬다. 더 찾아보고 알아오라면서. 대체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알지 못했다.




ㅣ은행, 병원, 약국 모든 시설이 같은 시간에 문을 닫으면 우리는 언제 가나요.


위 시설에 종사하는 직업군들은 대체로 퇴근 시간대가 비슷하다. 회사원도 그렇겠지만 보통은 6시에서 7시 사이. 나는 7시에 퇴근을 했고 야간을 하는 날이면 9시에 퇴근을 했다.


"병원 일하는 사람들은 병원을 못가. 퇴근하고 가려면 다 같이 문을 닫아."


우리들끼리 항상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들. 일을 할 때는 쉬는 날은 쉰다고, 일하는 날은 일한다고 은행업무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 한 번 먹기가 참 어렵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퇴사를 해서야 청년형으로 전환을 하고 싶다니. 나도 이 상황이 참 우스웠다.


어쩌면 꽤 간단한 신청이었을지도 모른다.

퇴사를 준비하고, 퇴사를 했던 내게만 머리 아프게 걸리는 일이었을지도.




ㅣ내 집 없는 설움


나는 결국 또 월세 신세다. 모든 일이 생각한 대로 쉽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사는 집 한 채, 타고 다니는 차 한 대, 돈 걱정 없는 마음 이 세가지만 있다 해도 나는 참 편할 거 같은데.


오늘 다른 지점의 은행을 찾았다.

내 사정을 말씀드리고 혹시 퇴사를 했는데도 할 수 있냐고 여쭤보니,

전과같이 월급여 명세서, 이 서류만 준비하면 되긴 하는데 본인이 세대주인걸 증명할 주민등록등본 한부와 국세청에서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및 과세특례신청용 서류를 뽑아와야 한다고 했다. 올해 7월쯤 뽑으면 2019년도 급여명세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아직 7월이 아니라 2018년도로 들어간다고 했다. 2018년도에는 소득이 없었다고 하니 신청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만약 처음부터 퇴사를 했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면 직전 연도 소득을 뽑아오면 어떻게 진행은 됐을 텐데, 그렇다 할지라도 그 후에 그걸 심사할 때 증명하지 못하면 해약을 해야 될 수도 있으니 지금은 아예 신청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친절하게 말씀해주셔서 나도 더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담당자분은 내가 이직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이직을 하고 나서 신청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일어섰다.


이번에도 신청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간 것도 있었지만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도 다음번엔 제대로 신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일이 년간은 계속 월세 신세로 살아야겠지만 나도 얼른 내 집을 갖고 싶다. '무주택자'가 아니라 '주택자'로.



청년들을 위한 제도가 참 많다. 주택 청약, 청년 전세자금 대출, 청년 내일 채움 공제 등..

그렇지만 그만큼 또 복잡하다. 조건도, 유의사항도, 신청방법도 참 많고 다양하다.

모든 사람이 더 좋은 혜택을 누리고자 하니 그 부분에 대해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른다.

나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하나씩 알아가려 한다.



내 집이 생기는 그 날까지, 청년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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