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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Jan 18. 2021

현대예술도 이해 못하는 현대예술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새로운 분야들이 나타나면서 현대에는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어쩌면 예술을 정의하는 것 자체를 현대 예술은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전통적인 예술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개념들로 인해 대중들에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대 예술하면 나는 항상 두 가지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첫째, 현대 예술을 우리는 여전히 예술이라고 불러야 할까? 둘째, 현대 예술은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길 원하는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예술은 시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면, 학문이나 과학기술은 기존의 있던 것을 더 발전시키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새로운 사조가 생겨날 때 항상 이전에 있던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발생 초기에서 근대까지는 비록 시대마다 그 모습과 성격이 달라지긴 했어도 어떤 본질적인 요소는 변하지 않고 남아있었다. 요컨대 숙련된 기술로부터 창조되는 심미적인 것을 예술이라 불렀던 것이다. 숙련된 기술이란 예술의 어원이 '기술'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예술이라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흔히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와! 예술이다'라고 감탄하곤 한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자, 그럼 첫 번째 질문: 현대 예술을 과연 아직도 예술이라 불러야 할까? 현대 예술은 더 이상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촌스러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현대 예술작품 속에서 기술의 숙련을 찾아보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현대의 예술가들은 본인의 작품이면서도 직접 만들지 않고 감독만 하는 경우도 많다. 즉 숙련된 기술과 심미적 요소를 포함하는 예술 작품에서 경이와 감탄을 느끼는 것이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 예술은 기존의 예술의 최소한의 보편적 정의마저 거부하는데, 어째서 우리는 현대 예술을 여전히 예술이라 불러야 할까? 현대 예술은 말한다: 기존의 예술의 기준을 가지고 바라보면 안 된다, 더 이상 감상자는 멀리서 예술 작품을 그저 바라보고 예술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직접 예술 작품에 참여해서 함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각자 느끼는 것이 달라도 된다,라고 말이다. 심지어 예술가의 의도가 관객들에게 다르게 전달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솔직히 현대 예술은 스스로 예술이 아니라고 말하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현대 예술을 아예 새로운 분야로 분류하고 예술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현대 예술이 예술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지고 싶다: 현대 예술은 과연 진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가? 현대 예술은 작품만 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작품을 통해 표현되기도 하고, 형태보다는 개념이 오히려 작품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작품 외에 설명이 추가로 또 필요하고, 설명을 들어야만 완전히 작품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현대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 조차도 다른 예술가 작품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예술가 본인도 작품을 통해서 뭘 말하려고 하는지 의도가 아예 없거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또 예술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설명을 들어야 제대로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예술이라면, 혹은 각자 다르게 느끼는 바로 그것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현대 예술은 관객들과 소통하기를 거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현대 예술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현대의 몇몇 예술 작품에서는 감동을 받고 예술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으며, 작품에 대해 계속 생각할뿐더러 종종 현대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작품들을 대할 때면 솔직히 화가 날 때도 많다. 그저 난해하게만 보이려 하고, 관객이 직접 무엇을 느끼기를 강요하기만 한다.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게 없는데, 관객이 도대체 무엇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작가: "있는 그대로를 느끼세요. 당신이 느끼는 바로 그것이 정답입니다" - 그런데 여기 대체 무엇이 있냐는 말이다. 정말 무엇이 있기는 할까? 그리고 작가가 해야 할 몫을 왜 관객에게 떠넘기냐는 말이다). 현대 예술작품을 보며 느껴지는 소외감은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예술이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변해야만 예술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현대 예술이 기존의 예술의 본질마저 다 흔들어 놓는다면 그것은 사실상 예술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관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길 거부한다면 언젠가는 예술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나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을 믿는 것이고, 그것만은 변하지 않기를 단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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