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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Mar 08. 2021

나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단 몇 초만에 그것도 아주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검색한 것들, 나에게 주어진 정보들이 정말 나의 것이 되는 걸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나는 기억하고 습득하고 있다고, 그러니 이제 그것은 나의 것이 되었다고 착각하곤 한다. 왜냐하면 비록 그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었을지라도, 확실히 보고 듣고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제 검색하고 찾아낸 내용들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질문해보자. 나는 과연 얼마나 대답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답할 수 없을 것이고, 아마도 다시 한번 찾아볼 것이다. 이미 어제 한 번 검색했던 것들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질문해보고, 이렇게 두 번째로 검색해 볼 때, 그 정보는 그제야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우선 책 보다 지루하지 않고, 방대한 양의 어려운 정보들을 쉽게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글보다 이해하기 편하다. 그리고 다큐를 보고 나면,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나의 지식수준이 높아진 것 같은 소소한 만족감이 들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내가 본 다큐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면, 혹은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면 나는 적어도 두세 번은 필기를 해가며 다시 봐야 한다. 쉽게 얻어진 정보는 쉽게 빠져나간다. 나는 다큐를 볼 때 힘을 들이지 않았다. 책을 볼 때는 영상을 볼 때 보다 더 큰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능동적인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보기 때문에, 정작 내가 본 것을 돌이켜보면 그저 몇 개의 이미지와 느낌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우리는 그 단편적인 이미지와 몇몇의 느낌만으로 그 내용이 내 안에 있다,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나는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다. 작업하기 전에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와 알맞은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는다. 고객이 직접 원하는 레퍼런스를 직접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몇 개의 퀄리티 있는 레퍼런스만 가지고도 왠지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은 공감하겠지만, 좋은 레퍼런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능동적으로 작업하다 보면 레퍼런스들이 나의 것이 되어가면서 프로젝트도 점점 본래의 방향을 찾아가곤 한다. 내가 능동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깊이 개입하고 레퍼런스를 보고 또 보고 실패하면서 만들어가는 디자인이 진짜 나의 디자인, 이 프로젝트만의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보고 난 후에, 이 책에 대해서 다시 한번 글로 정리해보거나 말로 설명할 때야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물론 읽는 것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수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고, 글로 써보고, 다른 이에게 전달하려고 했을 때 그 안에서 읽었던 내용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한번 읽었다고 해서는 그 책에 대해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능동적으로 노력했을 때 진정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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