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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Feb 22. 2021

예술과 권력

우리가 서양미술사 책을 보면 각 시대의 미술에 대해서 소개할 때 다루어지는 미술 작품들이 대체로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르네상스 하면 이태리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모더니즘 하면 프랑스, 그리고 현대미술 하면 영국과 미국의 작품들이 주로 다루어진다. 그러니까, 서양미술사를 보면 시대에 따른 미술을 대표하는 나라들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 시대의 미술작품들을 대표하는 국가들을 보면, 바로 그 시대에 해당 국가가 전성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태리에서 르네상스가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을 후원해 주었기 때문이고, 예술의 중심이 17세기 무렵부터 이태리에서 프랑스로 넘어간 데에는, 프랑스가 국가 차원에서 예술가 양성에 무엇보다도 많은 돈을 투자한 결과다. 또한 우리 시대에 예술은 많은 권력가들의 돈세탁 수단으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 더욱이 예술로 사업이나 투자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요즘 예술 경매시장에서 중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구매자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많이 거래되고 있다. 즉 중국의 미래를 보고 이 예술작품의 가격이 상승할 거라 내다본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권력가들에 의해서 예술이 존속되지만, 순수하게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권력가들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예술은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분야다. 지금 시대에 어떤 분야가 돈 없이 가능하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예술은 더더욱 돈에 종속되어 있다. 미술관에 걸려있는 작품의 캔버스의 크기로 그 작품을 그린 예술가의 집안이 얼마나 돈이 많았을지, 아니면 얼마나 많은 단체나 기관이나 후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 역시 재정적 뒷받침 없이는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없고, 또 작품을 팔아서 아주 잘 나가는 예술가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의 작품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재력이 있는 권력자들이다. 주위에 예술가로 살아가는 지인들을 보면, 작품 공모전이나 아트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 장학금 같은 후원금을 받으며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공모전 역시 정지척인 의도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현대 설치미술은 돈 없이는 절대로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설치미술은 현대 예술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한국에서 세계적인 예술가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이 아직은 세계적으로 국가 위상이나 경쟁력이 약하다는 뜻이고,  또한 예술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투자가 현저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출신 예술가가 간혹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사실 대부분 그 예술가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예술 학교를 나오거나 예술활동을 한 경우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숭고하고 순수하며 자유로운 것이어야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예술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며 어떠한 것에도 종속되지 않은 고귀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은 권력과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권력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을 알고 예술작품을 관람하면, 종종 작품 속에서 권력의 무서움을 발견할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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