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디자인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by 브레첼리나

나는 현재 독일에 있는 에이전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명함에는 "비주얼 아티스트"라고 써있지만 아티스트가 아니라 철저하게 고객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는 디자이너다. 처음 독일에 와서 예술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나는 예술가로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나의 생각은 점점 변했고 졸업후 현재 나는 디자인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왜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의 생각이 변했는지 생각해본다면 가장 큰 이유는 예술의 소질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예술에서의 소질이란 다른 분야에서 말하는 것과는 조금은 다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본인만의 주제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주제가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만나면 너는 요새 무슨 작업해? 라고 흔히들 물어본다. 나는 그 질문에 한번도 자신있게 답하지 못했다.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나만의 주제가 명확히 없었던 것이다.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만의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디자인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나는 디자인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나는 더이상 나만의 주제를 찾아해맬 필요는 없다. 내가 디자인해야하는 프로젝트는 정해져 있고 나는 브리핑에 따라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뿐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할 뿐이라면 왜 기업들은 능력있고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찾는 것일까? 아이러니하지만, 기업은 클라이언트가 상상하는 결과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판타지를 디자인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나 또한 일하면서 실제로 이러한 점을 느꼈다. 물론 그 결과물은 고객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찾는 것이다.


예술과 디자인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예전 한 다큐에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그를 예술가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예술가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분명 예술과 디자인이 어떤 면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주문으로부터 시작하고 클라이언트의 결정으로 완성이 된다. 즉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만의 색깔이 물론 드러나지만 본인 뿐만이 아닌 고객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예술가도 또한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대예술이 아무리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본인만의 만족을 위해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예술작품으로 스스로가 잘 표현되기를 원하거나 또는 자기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나타나기를 바랄 것이다.


예술가들은 작업을 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 이번 전시로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하는가? 나는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작품으로 나타낼것인가? 즉 제일 중요한 것은 "나"다. 작업은 예술가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조금 다르다. 사용자들이 나의 디자인을 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만족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나의 디자인을 이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들을 던진다. 디자인에 나의 아이디어나 나만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 출발점은 사용자들의 관점을 먼저 생각하는데에 있다.


칼 라거펠트가 본인을 디자이너라고 소개를 했다면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이러한 구별을 염두해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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