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by 브레첼리나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생각해본다면 우리들은 능력있는 디자이너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된다. 멋지고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들 중에 하나는 애플이다. 제품, 그래픽, 로고 등 어떤 면에서도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디자인이다.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애플 디자이너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애플같은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애플디자인에 열광하며 왜 애플디자인을 혁신적인 디자인이라고 할까? 사실 디자인만 본다면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픽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화이트 백그라운드에 블랙 타이포그래피외에 다른 그래픽 요소들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디자인은 혁신이다. 어떤 디자이너가 과감히 화이트와 블랙 컬러만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래픽과 컬러들을 더 보태지 않는다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애플의 디자인은 꼭 흑백화면같다. 화이트, 블랙 그리고 제품에는 그레이컬러... 디자이너가 컬러시대에 살면서 수만가지의 색을 다 버린다라는 것이 얼마나 혁신적이면서도 과감한 생각인지...


디자이너들은 작업을 할 때 먼저 흑백으로 스케치를 한다. 처음부터 컬러로 작업하는 디자이너는 드물다. 먼저 화이트와 블랙만을 써서 자기만의 첫 시안을 만들고 그 다음에 어떤 색을 입힐지 결정한다. 디자이너로서 시안작업을 언제 멈춰야할지 참 고민이 많다. 더 하면 할수록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고, 클라이언트에게 결과물을 보여주기에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만 새로운 그래픽요소를 더하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처음의 흑백으로만 작업한 시안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과감히 멈춘것이다. 어떻게 디자이너로서 이런 작업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디자이너는 어쩔 수 없이 클라이언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클라이언트란 디자이너가 시안을 보여줘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 예를 들면 팀장, 사장등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가기전에 내부에서 한번 회의를 거치기도 하는데, 그때 디자인 시안을 보고 클라이언트에게 이 시안을 보여줄지 말지 결정하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한다.) 클라이언트들은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원한다. 예를 들면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느낌, 과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디자인을 해달라고 브리핑을 한다. 장담컨대 디자이너는 이러한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클라이언트들도 본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디자이너에게 브리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브리핑을 받고 작업을 시작하면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은 심플하고 명료해야한다는 법칙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되는 순간 디자이너에게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클라이언트 스스로도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그 아이디어를 디자이너가 알아서 분명하게 시각화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의 역량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디자이너들은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클라이언트는 글씨 좀 더 크게해달라, 어딘가가 좀 심심하다 라며 무언가 좀 더 해주기를 원하지만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하면 디자인이 엉망이 된다는 것을 안다. 정말 좋은 디자인을 원한다면 클라이언트가 먼저 혁신을 알아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애플이 내놓은 디자인을 보고 더한 것을 원하지 않았던 클라이언트를(내부 경영자들을) 생각해본다면 그들이 디자이너 만큼이나 혁신적이고 과감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이 세상에 나오게끔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 디자이너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디자인을 보면 이 디자이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심플하고 좀 심심할 것 같은 디자인을 존중하고 결정해준 클라이언트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가 심플한 디자인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클라이언트가 그러한 디자인을 수용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디자이너로 더 일하면서 앞으로 이런 클라이언트들을 만날 수 있을지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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