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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Dec 27. 2020

빨간머리 앤

넷플릭스 드라마 'Anne with an E'

어릴 적 추억에 젖게 하고 내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머리 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드라마는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초록지붕의 앤(Anne of Green Gables)'을 모티브로 하였고, 현재 시즌3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어렸을 적 TV에서 봤던 많은 만화들이 있는데, 그 중 '빨간머리 앤'은 지금까지도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만화이다. 이 만화가 나에게 주는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였는지 드라마 '빨간머리 앤'을 보기까지 망설임이 있었다. 혹시라도 나의 추억에 흠집이 날까 두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시즌3까지 다 보고 난 뒤, '빨간머리 앤'은 나에게 더이상 과거의 앤이 아니라, 현재의 앤으로 다시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전 시즌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가족이 되어간다

앤은 고아로 애번리 마을에 사는 커스버트 남매(마릴라 아줌마와 매튜아저씨)에게 입양된다. 사실 이 남매는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려고 한 것인데, 오해가 생겨 여자아이인 앤이 오게된 것이다. 드라마는 앤과 커스버트 남매 이 셋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앤에게는 부모가, 커스버트 남매에게는 자식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서로의 존재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운 존재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실수하고 상처도 주지만, 또 그 실수를 통해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가족에 대해서도 배워간다. 

또 드라마는 앤의 학교 친구인 길버트를 통해서도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길버트는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를 잃고 더 큰 세계를 보고싶다며 애번리를 떠난다. 길버트는 증기선 선원으로 일하면서 앞으로 가족이 될 흑인 친구 베시를 만나 함께 애번리로 돌아오는데 베시는 이 곳 애번리에서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게 된다. 길버트역시 앤처럼 새로운 사람들과 가족을 만들어 간다.

이외에도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온다. 앤의 단짝친구인 다이애나 가족은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랑이 없는 가족이며, 그와는 달리 마릴라 아줌마의 오랜친구인 린드부인은 남편과 깨가 쏟아진다. 그리고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어 혼자 살아가는 스테이시 선생님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지, 아픔이 있고 성장이 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나 어린이에게나 똑같이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실수를 통해 배워가며 힘들때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핵심은 가족이 아닐까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가 서로를 통해 배워가며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내가며 가족이 된다.



앤은 혼자가 아니다

드라마에서 앤은 친구들과 함께 에번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간다. 처음에 친구들은 앤과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점점 그녀의 진심을 알게되면서 앤이 힘들 때 곁에서 위로가 되어준다. 앤 또한 친구들이 위험에 처했을때 자기 일처럼 그들을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앤은 편견에 맞서고, 불의를 참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잘못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한다. 하지만 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드라마는 앤의 다양한 친구들을 통해서 앤은 혼자가 아니며 함께 힘을 합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모험을 하며 꿈을 꾼다

드라마에서 앤은 모험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어떤 일이 생겼을때 그 사건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재미있는 모험으로 받아들인다. 앤은 누구보다도 상상력이 풍부하기에 모험을 즐기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소녀다. 때로는 그 호기심 때문에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앤은 모험을 통해 성장하고 세상을 알아간다. 어린이만이 상상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른이 되면 너무 두려워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내 가치관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 나이가 들면 꿈을 가지는 것이 하찮게 느껴지기에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된다. 앤을 보면 더 이상 모험도 하지 않고 꿈도 없는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앤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모험하고 꿈을 꿀 것만 같다. 동심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된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한 마음이다. 내가 동심을 다시 갖게 된다면 어른이 되어서 겪는 불안과 두려움이 내게서 조금은 멀어져 갈 것이고, 지금도 꿈을 꾸면서 살아간다면 내 삶에 희망이 크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앤의 몸짓을 보며 어린이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 '빨간머리 앤'은 당시 여자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차별과 성소수자문제, 인권문제,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끌어들이다보니 어느 것 하나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특정한 사회적 이슈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미를 두기에는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운 점을 제외한다면, 배우들의 연기, 대사, 영상미 그리고 시대배경을 잘 살리는 디테일한 미술적인 요소 등은 월등히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드라마 '빨간머리 앤'은 동심을 되찾아 주고 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우게 되는 인생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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