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레첼리나 Dec 21. 2020

디자인 다큐멘터리 - 그래픽 디자인편(폴라 셰어)

넷플릭스 다큐 - 앱스트랙트(디자인의 미학)


'앱스트랙트'는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철학 그리고 삶을 소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이다. 그 중에서 그래픽 디자인에 관한 에피소드는 폴라 셰어라는 인물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폴라 셰어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레트로 디자인, 타이포그래피의 혁신을 이끈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다. 


이 에피소드는 폴라 셰어의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현재 팀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와 과거의 지금의 본인을 유명하게 만든 프로젝트들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개인적인 작업들을 교차하며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풀어낸다. 꼭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혹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로서의 나를 다르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서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가치관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의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그래픽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왜 타이포그래피가 중요한가, 고객과는 어떻게 소통을 하며 밀당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폴라 셰어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그녀가 어떠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또 어떤 배우자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지 등등 폴라 셰어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

폴라 셰어는 대학교때 미술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지만 타이포그래피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타이포그래피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거리에 있는 수많은 간판들과, 거리 번지수들, 포스터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타이포그래피들은 각각 다른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폴라 셰어는 타이포그래피를 '글로 그리는 그림'이라 정의하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글자로된 독특한 예술세계를 창조하는 하나의 예술 분야로 보고 있다. 서체의 자간, 두께, 높이 등을 통해서 단순히 텍스트의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이 메시지의 감정과 정신을 전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뉴욕의 '퍼블릭 시어터' 포스터 디자인이 있다. 타이포그래피로 뉴욕의 공영극장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것인데, 폴라 셰어는 서체의 두께를 각각 다르게 디자인하여 가장 뉴욕스러운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영상에서는 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가장 뉴욕스럽다라는 말로만 표현하고 있는데, 나는 뉴욕에 한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표현이었다. 아마 폴라 셰어도 뉴욕스럽다라는 말 이외에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출처: pentagram.com



펜타그램 스튜디오

펜타그램은 세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모인 디자인 협동 조합인데 폴라 셰어는 펜타그램의 핵심 맴버이자 뉴욕지사의 대표이다.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을 존중받는다. 폴라 셰어는 팀원들과의 협업을 강조하는데, 디자인 작업이란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더 좋은 발상들이 나온다고 말한다. 또한 폴라 셰어는 리더로서 팀원들의 작업에 피드백을 주는데,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접근해서 좋다, 별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들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좋은 디자이너라고 해서 같이 일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에게까지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은데 폴라 셰어는 협업할 때에도 다른 디자이너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eyeondesign.aiga.org




레코드 커버 디자인

폴라 셰어는 1980년대 레코드 커버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반열에 들어섰다. 대형가수들의 의뢰를 받을 때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작업을 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덜 받는 가수들의 커버작업을 할 때면 아티스트로서 본인이 디자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다큐에서는 당시 폴라 셰어가 작업했던 많은 레코드 커버 디자인들을 보여주는데 하나같이 다 예술적이며 지금 보더라도 혁신적인 디자인이다. 기존에 크게 자리잡았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이미지가 뒤로 밀려나고 타이포그래피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향후 30년의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꾼 폴라 셰어만의 디자인을 보여준 것이다.


(좌) Album cover: Bruce Springsteen, (우)Album cover for Fifty Years of Jazz Guitar




폴라 셰어의 디자인 철학

디자인은 현실과 동떨어진것이 아니라 현실에 영향을 준다고 폴라 셰어는 말한다. 다큐에서는 투표용지를 잘못 디자인해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던 한 사례를 보여주고, 또 허리케인으로 거의 무너진 미국의 한 도시가 디자인을 통해서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예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폴라 셰어는 디자인의 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고 믿는다. 그래픽 디자인은 시각적인 언어로 사람들이 보고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폴라 셰어의 '퍼블릭시어터'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 우리는 뉴욕다움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로고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어떤 한 기업의 정체성을 더 잘 파악하기도 하듯이 말이다.



폴라 셰어 (Paula Scher), 출처: pentagram.com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시티은행의 로고 디자인, 미국의 지도를 그리는 개인적인 작업,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폴라 셰어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흥미롭다. 이 다큐를 보고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이 더 많이 느껴졌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쫓겨 그냥 보기에만 그럴듯한 디자인을 해서 고객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작업을 하면서도 어차피 시간 지나면 버려질 디자인 일텐데, 혹은 그냥 글자일 뿐인데...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는데, 폴라 셰어를 보면서 그래픽 디자인의 중요성을 더 인지하게 됐고,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미적가치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거나,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큰 의미를 찾지 못했던 디자이너들이 본다면 유익한 디자인 다큐 '앱스트랙트'의 그래픽 디자인 편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