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권유 그 후의 이야기

해변에서 담은 조그만 이야기

by 하루나

25.08.03(일)

일기를 쓰지 않은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삼일동안은 약을 바꾼탓에 하루의 절반이상을 자면서 보냈다. 깨어있는 시간마저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울적한 시간이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우울증이 밀려왔고,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저녁약을 먹을 시간이었으니.


토요일을 기점으로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낮잠도 4시간정도로 줄었고, 물론 아직도 집중은 못했지만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렸다. 저녁에는 아빠랑 5km를 걸었다. 생각보다 밤 조깅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밤 조깅은 나에게 또다른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수동적으로 정해진 답을 선택인 양 내뱉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가 내 선택을 말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아직 전혀 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황발작으로 고생하던 장소인 독학재수학원을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그 비용으로 운동을 하기로 했고, 올해 수능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마무리는 해보기로 했다. 결과가 아니라 끝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이만큼 버틴 내가 생각보다 멋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생각만 하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으로 옮겨나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이 작고 추상적인 것들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어줬다. 난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위안.


오늘은 또 나름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간만에 느낀 평범한 하루가 너무 감사했다. 낮잠도 자지 않았고, 앉아서 몇 시간이고 집중에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보령으로 놀러오기 전에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예쁘게 꾸미는 것도 너무 행복했고, 비가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날 동생이랑 우산 속에 꼭 붙어서 밥먹으러 걸어가던 것도, 사람 많은 식당에서 공황발작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던 것도 너무 행복했다. 호텔에 들어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너무 꿈만 같다.


이대로, 이 마음 그대로 천천히 나아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왜인지 남들에겐 평범할지 모를 이토록 평범한 하루가 난 안 잊힐 것 같다. 너무너무 기적같은 순간이라서 벅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서 앞으로도 이랬으면 좋겠지만, 마음은 늘 날씨같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버텨내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싶다.


참 포근한 밤이다. 8월 3일의 기적도 이제 끝나간다. 8월 4일에는 또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앞으로도 이렇게 매일매일 내일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다>


바다같은 사람이 되자

넓고 푸르게 모든 걸 안고 살아가자


서툰 손길 내밀어 따스히 안아주자 다짐했었죠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모여


또 다른 바다를 이룰 때까지


변치않고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그댈 기다려줄게요


포말이 바위에 쪼개지는


나의 노랫소리가 그대의 눈물 가려줄 수 있길 바라요


언제든 함께 있어줄 수 있도록


그 때 그 자리, 노을 빛으로 물든 바다 되어줄게요


웃어줘요, 슬픔과 절망은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떠나보내고


텅 빈 마음 밝게 빛나는 햇살로


가득히, 넘치도록 가득히 채워질 수 있게


늘 여기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