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록 2

by 하루나

25.07.31 (목)

끝이 없을 것만 같이 길던 2주가 흘러 병원가는 날이 되었다. 기록과는 거리가 참 먼 사람임에도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치료받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꼬박꼬박 그날의 감정과 공황발작 횟수,시간, 그리고 당시 상황과 증상, 감정들을 세세하게 기록해두었다. 그 날의 마무리를 하며 들었던 생각까지도. 병원에 가며 하루하루를 기록해둔 기록용 다이어리와 일기를 챙겨서 나왔다.


덥지만 참 맑은 날씨였다. 떨리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한 감정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번 진료는 엄마는 밖에서 기다리고 나 혼자 들어가기로 했다. 교수님께서는 되게 꼼꼼하신 분이라 예약시간보다 한참 늦어지긴 했지만 아무렴 그건 상관없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떨려서 배가 아릴정도였고, 진료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한 후에 무슨 대화를 했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동안의 기록들을 보여드렸던 것 같다. 기록용 다이어리를 먼저 보여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쭉 읽으시더니 날 보며


"그동안 하루하루가 많이 버거웠겠어요, 숨막히고. 많이 힘들었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남들 앞에서 절대 안 우는 사람인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생각보다 나 많이 아팠나..


일기까지 읽으신 후에는.. 입원을 권유하셨다.

"루나씨가 언제 돌아가실지, 또는 살아간다고 해도 언제 큰 사고가 일어날지는 의사로서 장담할 수 없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입원이 무거워보이지만 루나씨의 마음이 오히려 더 편하고 아픔이 낫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 교수님 저는 제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주기가 너무 싫어서 그동안 한번도 제 증상에 대해 말한적이 없는걸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너무도 막막했다.


"루나씨가 직접 말하기 어려우시다면 보호자님께는 제가 대신 말해드릴 수 있어요. 그건 그렇고 아픔을 숨기다가 큰 사고를 당하는 건 소중한 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상태를 알리는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 될지도 몰라요."


엄마를 진료실로 모셔왔고, 그 이후로는 또 기억나지 않는다. 교수님께서 꼭 입원하라고, 그리고 일주일 후에 예약은 잡아드리겠지만 일주일 후에 외래에서 보지 말자고 입원해야한다고 신신당부하신 기억 뿐이다.


나도 많이 놀랐지만 엄마도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많이 우셨다. 괜찮은 척 이것저것 물어보셨지만 너무 많은 감정이 느껴져서 나도 같이 울었다. 엄마 미안해.. 말하지 않아서..

많이 놀랐던 하루라 그런지 기억이 드문드문 밖에 남아있지 않다. 엄마랑 강가를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홈플러스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고, 아트박스를 구경하고.. 집에 왔던 것 같다.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내 미래가 있긴 할까, 당장 내일이 있을까..


많이 아팠다. 쓰라리고 쓰라렸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오직 촉감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약을 바꿨으니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별>


깜깜한 하늘 위 꺼지지 않는 전등 하나.

오래도록 널 바라보고 있네


네가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나는 더 어두운 밤하늘이 되어줄게


꿈이 가는 길을 가르쳐줘


아무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어두운 밤 밝게 빛나줘


넘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너를 바라봐


너는 가장 빛나는 별이야


하늘이 저물어간다–


저 멀리 네가 떠올라


오늘도 우주가 흐른다, 꿈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