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맑음

'작가'라는 이름이 나에게 준 것들

by 하루나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스무살 재수생이었다.

인생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욕심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아무에게도 내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어찌 흘러갔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죽지 못해 사는 사람에 불과했던 삶이었다.

살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왜 내가 살아가는지 원망스러웠던 것 같다.


난독증으로 남이 쓴 글은 읽을 수가 없었다.

재수생인 나에게는 치명적인 병이었다.

6월 모의평가가 끝난 뒤부터 시작해 9월 중순까지 나는 글을 잘 읽지 못했다.

중증우울증으로 개인병원에서 진료거부를 받기도,

대학병원에서 입원권유를 받기도 했다.


부끄럽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난 부끄럽지 않다

이게 나니까.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최악의 상태에 치달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누워서 하루를 보내기를 몇 달.

아빠가 책을 내보는게 어떻냐고 제안을 하셨고

그냥 별 생각없이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별거 없었다.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듯,

내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독자들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참 신기하게도,

글을 쓰면서 소용돌이처럼 엉켜있던 감정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난독증도 많이 나아졌다.


나에게 머무른 감정들을 가장 낯선 단어로 가장 다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타인의 책과 글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내가 나를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2주에 한 번씩 다니는 보건소 상담 선생님께서 나에게 글이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셨을 때

글은 나에게 쓰는 편지라고 대답했었다.


차곡차곡 모은 가장 진심이 담긴 이 말들이

독자들에게 스며 그의 마음을 비추어주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글에는 그 사람의 분위기가 담긴다고 한다.

나는 내 글에 그렇게 나의 분위기를 담아갔다.


독자들의 시선에서 내 글이 어떤 색과 어떤 분위기를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심이 담겼다는 것 하나만큼은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를 건네고 싶다


너라는 도화지 위에

청춘이라는 푸름을 그려내고 있는 너는

참 빈틈없이 반짝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가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글로 사랑을 건네는 작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수도 없이 고민하고

가장 멋있고 다정한 방법으로

받은 사랑을 돌려주며 살아가고 싶다.


가장 힘든 순간 찾아왔던

'브런치'라는 기적이 나에게 '작가'라는 행운을 선물해준 것처럼

내가 받은 기적과 행운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비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마주한 그대들의 하루가

진심으로 맑기를,

또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