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질병코드’라는 흉터가 될 사연과 함께 많은 기능들 또한 잃어버린다. 예전처럼 무언가를 하는게 쉽지 않아지고, 잠을 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무언가에 통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 양극성 장애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하루종일 멍한가 하면, 11시간 이상 잠을 자야하고, 공부에 집중하는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약을 먹고 1-2시간 정도 지났을 땐 땅이 울렁거려서 똑바로 걷기 힘들고, 반쯤 자는 사람처럼 엄청 예민해진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게 나 또한 쉽지 않다. 내가 이 상태로 시험은 볼 수 있는걸까. 하필 왜 3달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아파야 하는 걸까, 나에게 회복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은 건가 싶어서 신이 있다면 정말 원망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한 나날이었다.
갑자기 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네가 여기까지 읽었다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해서이다. 너에게 내 이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나도 살아가고 있다. 어찌어찌 잘 버텨나가고 있다. 네가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 나는 모르지만, 그저 같이 힘내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우린 이겨낼테니까.
안녕,
맑음아
나에게 다가와
내 머리맡을 비춰주지 않을래?
맑음이 대답했다
언제나,
네가 그게 좋다면,
네 곁에 있어줄게
흐림이 몰려와도
난 떠나지 않는다는 걸
네가 잊지 않으면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야
넌 참 다정한 아이구나
언제나, 널 잊지 않을게
내가 대답했다
맑음을 언제나 날 떠나지 않는다
내가 잊지 않는다면.
설령, 내가 잊는다 해도
다시 기억해낼 때까지
날 기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