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우울증 환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이야기를 끝맺으며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땠는지, 나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말해보려 한다.
나는 중증 우울증 환자다. 또한 우울증을 동반한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로인해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받기도, 대학병원에서 입원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약물치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병행하며 크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클로나제팜정, 렉사프로정, 자이프렉사정, 알프람정, 인데놀정. 내가 복용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줄여가야 할 약물들의 이름이다. 아마 내 질환에 관련된 약물은 다 복용하고 있는 듯 싶다..ㅎㅎ
첫 진단을 받은 때 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부모님께 내가 아프다는 걸 밝히기까지 참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아마 많이 버거운 시간이었으리라. 엄마아빠도 부모가 처음일테니 이 순간 순간들이 참 무섭고 당황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감사를 느꼈던 것 같다.
나의 질환과 관련된 책을 읽고, 검색을 해보고, 나와 대화하려고 노력하시던 모습들이 가슴 깊이 남았다. 또, 우울증으로 그저 방안에 틀어박혀 누워있기만 하던 내가 갑자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한 순간에도 무한한 응원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온통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발디딜 틈 없던 순간에도, 숨막히는 공기에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아 소리지르며 울던 순간에도 나는 결국 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아마 그 시기의 나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반쯤 덮여있었지 않을까. 그 누구에게도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 집에 남겨질 때면 소리지르며 울고 방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죽으려 시도하다가도 내가 너무 무서워서 109에 전화를 걸던 순간들이 아직도 너무 아프게 남아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너무 너무 아팠기 때문에, 그리고 사랑하는 내 사람들에게 내 상태를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변기를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하기 일쑤였고, 밥을 먹는 것보다 안먹는 날이 더 많았고, 하루종일 잠만 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죄책감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냈던 지난날의 내가 너무 안쓰럽고도 대견했다. 지난 날의 나에게 살아냈으니까 그걸로 되었다는 위로를 보낸다.
지금은 맞는 약물을 찾았고, 벌써 복용한지 2달 가까이 되어가기에 나름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주 4편의 글을 발행하고,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을 준비하고, 가끔은 산책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을 먹기도, 멍하니 걸어다니기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글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고,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더 바라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충분히 잘하고 있고, 지금도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것 같다.
이 글을 써내며 참 많이 울었다. 쓰다 멈추기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상처를 열어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 순간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나는 그거면 정말 충분할 것 같으니까.
많이 힘들지?
낫는 날이 올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살거면 살아서 뭐하나 싶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 같고.
근데 있잖아,
버티는 것도 엄청 엄청 많은 에너지가 든대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같은 내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티는 대단한 나인거야
스스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네가 되길 바라
그리고 나는 늘 네편일거야
잘하고 있어,
그리고 살아줘서 고마워
너의 마음 하늘이
내일은 맑길 바라
비온 뒤 예쁜 무지개와 함께
웃고 있는 네가 그려진다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