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르익은 밤, 달빛이 은은하게 나뭇잎 사이를 스쳐간다,
풀잎에 맺힌 이슬과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머금은 비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손끝에 닿는 무화과의 촉감이 거대하게 다가온다.
그 순간, 온 세상이 차갑게 내려앉은 새벽의 여명 속 마음의 궤도는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길을 잃는 듯한 불안과 또 다른 시작에 대한 설렘이 한데 뒤엉켜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마저 나다움의 한 조각이라는 것,
빛과 그늘 사이에서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배워가고 있었다.
시계바늘이 빠른 듯 느리게 흘러가며 내는 똑딱 똑딱 소리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펜을 들어 나는 오늘도 나를 사유한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 나는 나의 존재를 또다시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