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가 축구팀 에이스가 된 이유

웹툰 <빌드업> 리뷰

by 최기현
스크린샷 2025-05-18 212246.png 네이버웹툰

한 때 네이버웹툰에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웹툰, 일명 '학원물'이 대세인 시기가 있었다. 학원물 웹툰의 단골소재는 학폭 피해자가 회빙환 또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며 각성하는 유형이 많다. 박태준 유니버스가 대표적이다. 일진에게 괴롭힘 당하는 학폭 피해자가 과거로 회귀하거나 게임 스탯창이 나타나 미션을 수행하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식이다. 즉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웹주인공이 각성을 위한 필연적인 조건으로 수반된다.


오늘 소개하는 웹툰 <빌드업>의 주인공 강마루 역시 학폭 피해자, 일명 '빵셔틀'이다. 일반적으로 축구를 소재로 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잘 생기고 능력 있는 공격수인 경우가 많다. 반면 강마루는 일진에게 수시로 얻어터지는 학폭 피해자이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어디에서도 끼워주지 않아 혼자 오랫동안 기본기만 연습하는 답답한 캐릭터이다.


축구 포지션은 크게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등으로 나뉜다. 우연한 기회에 하자고등학교 축구부에 입부한 답답한 캐릭터 강마루는 그라운드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포지션을 맡는다. 실전 경험이 없는 초보자이기에 누구도 강마루를 주목하지 않지만, 독자는 주인공의 플레이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강마루는 코트 중앙 미드필더이자 플레이메이커(경기를 풀어나가는 역할)로서 폭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지배한다. 축구는 좋아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는 학폭 피해자가 어떻게 축구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강마루가 일진의 빵셔틀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일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항상 주위를 살피며 주요 요인의 위치를 기민하게 살피고 파악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경기장을 폭넓게 보는 시야를 갖추었다. 거기에다가 혼자 오랫동안 기본기만 연습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동료에게 정확하게 패스할 수 있다. 결국 학원물과 스포츠물의 절묘한 조합이 캐릭터에 매력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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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포츠물의 클리셰이자 패턴화 된 내부 갈등과 극복이 나올 차례다.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선수들이 모인 팀의 경기는 항상 삐걱인다. 내가 최고이기 때문에 동료에게 패스를 하지 않는다. 동료에게 공을 주고 비어있는 공간으로 침투해야 찬스가 생기는데, 동료에게 공을 주면 다시 리턴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가득하다. 무리하게 상대 진영을 돌파하다가 공을 빼앗기고, 실망한 동료들은 그에게 다시 공을 건네주지 않는다. 불신이 쌓여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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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마루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한다. 공을 건네받으면 욕심부리지 않고 주위를 살펴서 찬스가 날만한 동료에게 다시 패스한다. 동료들은 점점 초짜 플레이어 강마루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모든 공격이 강마루를 거쳐서 진행된다. 제목 그대로 '빌드업'(플레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상대 진영으로 진출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뜻한다. 2023 카타르 월드컵 때 대한민국 팀은 빌드업 플레이를 통해 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이 되기 시작한다. 동료들도 마루를 통해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불신이 사라지니 공격 과정이 치밀해지고 공격할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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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만연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신뢰의 부재가 문제다. 믿음직한 주위 사람을 얻고 싶다면 내가 먼저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자고등학교 축구부는 축구를 잘하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학폭 피해자로 인해 불신을 거두고 신뢰를 쌓는다. 웹툰을 읽으며 학폭 피해자에서 축구팀 에이스가 된 강마루를 함께 응원해 보자.


<빌드업>, 911 글/그림, 네이버웹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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