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손 안의 안단테>

손 안의 안단테, 나윤희

by 최기현

나윤희 작가의 <손 안의 안단테>는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사고로 죽은 피아니스트의 심장을 이식받은 다울과 죽은 피아니스트의 연인이었던 연조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렸을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은 다울은 병원에서 심장 공여자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피아니스트 성유원의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는다. 다울은 자신에게 심장을 준 사람이 유원이라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된 후 그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나날을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유원이 죽었던 사고로 엄마마저 떠나보낸 유원의 연인 연조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다울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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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손 안의 안단테>는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마음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단순히 등장인물의 생각을 나타낼 때는 말풍선을 사용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독백은 말풍선 대신 네모난 말배너로 구분하여 복잡하면서도 솔직한 내면의 갈망을 표현했다. 원래 말배너는 등장인물 외 진행자가 서사내용을 말하거나 등장인물의 독백이 강조돌 때 쓰인다. 누군가 사고를 당해서 자신에게 심장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마음이라든지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느끼는 비통한 심정, 유원과 연조를 짝사랑하는 또 다른 친구의 마음이 말배너로 표현되어 독자에게 더욱 아련하게 다가온다.


다울은 유원에게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연조와 만남을 이어간다. 나윤희 작가의 전작 <고래별>에서 주인공 수아는 물리적인 성대의 손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면 <손 안의 안단테>에서 다울은 연조에 대한 관심이 자칫 동정이나 기만으로 비칠까 고민하며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특히 이 작품은 매 화의 에피소드와 어울리는 음악 용어를 소제목으로 달아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기도 했는데 그중 음악 용어와 등장인물의 마음을 잘 연결한 에피소드인, 피아노 이중주를 뜻하는 ‘포핸즈’가 눈길을 끈다. 연조는 아직 신뢰 관계가 쌓이지 않은 다울의 배려와 관심이 부담스러워 그를 밀어내면서 둘은 서로 오해한다. 이때 거리에 있는 피아노를 발견한다. 다울은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서툰 피아노 연주로 미안함을 전달하고, 연조 역시 말을 하지는 않지만 포핸즈, 즉 함께 피아노 이중주를 연주하면서 다울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손 안의 안단테>는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을 교차하여 배치했다. 과거에 연조가 유원과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 뒤 현재 시점에서는 다울이 연조와 서사를 진행한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사건이 연결되어 있으며 연결의 매개체는 유원의 심장이다. 정해나 작가의 <요나단의 목소리>에서 선우가 과거에 다윗과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 이어 현재 시점에서 의영과 선우가 서사를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며,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원의 심장이 매개가 되는 반면 후자는 의영이 제3자 관찰자 입장으로 선우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삶의 의미’라는 관점으로 연조와 유원, 다울의 관계를 도식화하면 현재의 연조와 과거의 유원은 유원의 심장을 가진 다울을 통해 연결된다. 연조는 과거의 유원을 잊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현재를 살아가지만 그 심장을 받은 다울이 연조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제시하는 셈이다. 관계 도식도를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 ‘삶의 위로’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읽으면 현재에 존재하면서 과거로부터 의미를 찾으려는 다울이 유원을 매개로 하여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어서 살아가는 연조와 서로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웹툰은 주인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력자의 비중과 역할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전개된다. 다울의 친구로 등장하는 견효서는 늘 가볍게 여자들을 만나는 바람둥이이다. 극 중 차지하는 비중도 적고 다울의 표현처럼 캐릭터 자체도 ‘가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서가 조력자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손 안의 안단테>의 서사를 전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실마리를 제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연조와 만남을 지속하기 위해 그럴싸한 명분이 없자 효서는 다울이 유원의 사촌 동생이라고 밝히고 관계를 이어 나가라고 가볍게 조언한다. 다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연조가 유원과 무슨 관계인지 물었을 때, 당황한 나머지 효서가 조언한 대로 유원의 사존 동생이라고 밝히고 연조와 만남을 이어간다. 연조를 향한 다울의 감정이 혼란스러울 때도 효서는 가볍게 이런 혼란을 정리한다. “너 그 누나 좋아하는 거야”. 이번에도 반박하지만 효서가 말한 대로 마음 깊은 곳에 자신이 연조를 향한 호감이 있음을 인정한다. 연조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이 위로하기도 하고 그녀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다울에게는 설정상 그런 친구가 없다. 필자가 만약 웹툰의 조력자 견효서였다면 자신만의 가벼운 스타일로 다울을 지지하면서 연조와 오해를 푸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웹툰의 전개 양상은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손 안의 안단테>는 힘겹게 현재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의 삶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지금 만화, 21호(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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