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

문화다양성 관점을 중심으로

by 최기현

최근 넷플릭스도, 방송 3사도 아닌 채널의 한 드라마가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 로펌 생존기다. 요즘 많은 드라마가 웹툰 IP를 원천 콘텐츠로 삼은 사례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반대로 드라마를 원천 콘텐츠로 웹툰을 제작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돋보이는 것은 대형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의 구성원이 우영우를 대하는 관점이다. 그들은 주인공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보호하고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주인공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뒤처지는 사람을 챙기면서 함께 가는 것은 경제학적 논리로 비추어 볼 때 비효율적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판타지이기도 하다.


만화 발전 정책에 문화다양성 관점이 필요한 이유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만화 산업백서』에 따르면 2020년 만화산업 매출액은 1조 5천여 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07년 만화산업 매출액인 7,617억 원과 비교해서 2배 정도 증가한 규모이다. 대한민국 웹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만화 콘텐츠이며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쳤다. 웹툰 플랫폼의 비약적인 성장, 웹소설-웹툰-영상화에 이르는 웹툰 IP 확장,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 등 한국만화는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만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만화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과 같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문화산업의 진흥 및 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전 명칭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2012년에 시행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은 만화 창작을 활성화하고 만화산업 진흥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정부는 만화산업 발전을 위해 5년마다 만화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이 법에 명시되어 있다.

최초의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은 2002년에 수립한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1차)」이다. 2003년부터 2007년을 대상으로 ‘21세기 만화콘텐츠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수립된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은 2022년 현재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 2019년~2023년)」에 이르렀다. 그동안 단행본과 잡지 형태의 만화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웹툰으로 바뀌었고, 종이 만화로만 표현되던 콘텐츠는 웹툰 IP 확장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만화에 대한 독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웹툰 플랫폼의 등장 및 유료 수익모델이 형성되는 등 대한민국의 만화산업은 2022년 현재, 2002년 목표로 했던 21세기 만화콘텐츠 강국의 비전을 어느 정도 실현했다.


만화산업의 발전은 규모의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에 따른 한계도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만화 장르의 획일화 문제와 사회적 약자의 참여 소외 현상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산업은 대중의 기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한 상품은 사라진다.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플랫폼의 주요 독자층 다수가 특정 장르의 만화를 원한다면 필연적으로 만화의 창작 단계부터 향유 단계에 이르기까지 획일화는 가속화된다. 자본과 연결된 만화 시장에서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창작 활동을 하는 대신 대중의 기호에 맞는 작품을 강요받는다. 결국 창작물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축소되며 이는 향유 단계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 독자는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소비하고 싶어도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독자 선택권의 축소는 다시 창작 단계에 영향을 미치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사회적 약자의 만화 참여 소외 현상도 비슷하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만화 창작 또는 향유하는 과정에 비장애인이나 젊은 층에 비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장애요소가 있다. 창작 단계에서는 만화 그리는 것을 배우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향유 단계에서는 웹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만화 저작권 보호나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는 시장의 자율성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문화다양성 관점’이 필요하다. 문화다양성은 인류의 문화유산이 표현·진흥·전달 시 사용되는 방법의 다양성과 예술적 창작·생산·보급·유통·향유방식 등에서의 다양성을 포함한다. 즉, 인권의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고 모든 문화의 존중,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문화다양성 관점은 만화산업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획일화 문제와 창작 및 향유의 소외 문제, 각종 불공정 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한다.


당장 내년(2023년)은 2024~2029년에 해당하는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해다.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는 그동안 추진된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의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미흡했던 영역은 보완하여 만화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도록 수립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추진되었던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을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살펴보고,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관점

2001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3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이 발표되었다. 문화다양성은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의 차이를 존중하여 다양함이 공존하는 풍요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신이다. 문화는 한 사회 및 구성원이 공유하는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이기 때문에 생활양식, 함께 사는 방식, 가치 체계, 전통과 신념을 포함한다. 각 문화가 지닌 다양성은 집단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실현하는 인류의 공동 유산이다. 따라서 다양성은 수단과 기법에 관계없이 인류의 문화유산이 표현·진흥·전달되는 데 사용되는 방법과 예술적 창작·생산·보급·유통·향유 방식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것을 포괄한다.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위해 정부는 관계부처 협력으로 「제1차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2021~2024년)」을 수립했다. 문화다양성 계획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다양한 문화 주체의 문화권 보장, 문화시설과 미디어 접근성 지원 등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진 문화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이 계획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콘텐츠의 다양성 확대 기반 마련을 위해 다원예술 등 기초예술 다양성 증진을 지원하고 다양한 만화유통을 위한 만화 독립 출판을 지원한다. 5년 동안(2015~2019년) 지방자치단체 문화다양성 정책 예산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 평균 예산이 연평균 10.3% 증가한 반면 문화다양성 관련 사업예산은 연평균 25.9%가 증가하는 등 문화다양성에 관한 정책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문화다양성 관점은 있는 그대로의 개인을 인정하기 때문에 만화산업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획일화 문제와 사회적 약자의 시장 참여 소외 현상, 불공정한 만화 생태계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체재에서 문화다양성 관점은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 대중의 기호에서 벗어나는,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장르를 지원하는 것이나, 사회적 약자가 불리함을 극복하고 사회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데 비용이 드는 것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얻는 경제학의 원리에 적용해도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효율성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경제적인 발전을 우선시하며 기후 변화, 코로나19의 유행, 국가 간 전쟁 위기 등의 환경 변화를 겪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소홀이 여겼던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다양성 관점을 갖는 것은 얼핏 보기에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전의 만화산업 중장기 정책(1~3차, 2003~2017년)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은 만화 창작을 활성화하고 만화산업의 진흥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생활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2012년에 제정한 법이다.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만화창작 및 만화산업을 육성, 지원하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2020년 12월에 개정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만화창작 및 만화산업을 육성, 지원하는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 시행하도록 의무화하였다. 큰 틀에서 중장기 방향을 설정하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며, 매년 세부적인 시행계획을 세워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 만화산업 중장기 정책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2002년에 수립한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1차)」은 2003년에서 2007년을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만화콘텐츠 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만화산업 창작역량 강화, 만화산업 제작 유통 인프라 구축, 국제교류 확대 및 해외수출 활성화, 만화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와 참여 활성화, 법제도 개선 및 지원체제 정립으로 이어지는 5대 중점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이 시기는 그간 만화산업을 이끌고 있던 만화 잡지시장이 붕괴되고 단행본 만화 시장도 대여점에 의해 산업의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시기이자 웹툰이 도약하는 시기였다. 세부적으로 만화산업 매출 3,000억 원 목표는 2007년 3,250억 원을 기록하며 달성했다. 사회적 창작 인프라 역시 만화전문 도서관 4개소, 만화제작종합단지 1개소, 만화박물관 3개소 등 목표를 달성한다. 여기에 내수시장을 안정화할 창작인력의 역량 강화, 만화에 대한 시민의 인식 제고, 대여에서 판매로의 성공적인 이행 등 산업적 규모 확대를 추구했다. 다만 이를 측정할 구체적 지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009년 수립한 「만화산업진흥 중장기 계획(2차)」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만화’를 정책비전으로 삼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실행했다. 2차 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 유관부서가 협력하여 만화산업의 전략과 기본정책을 수립하고 만화 관련 협단체와 업계가 협력했다. 만화의 원작 산업화를 위한 기반 확충(만화창작역량 강화), 뉴미디어에 적합한 만화산업 구조 혁신(만화 유통구조 개선과 시장 선진화), 독자 다변화 및 글로벌 시장개척(라이선싱 비즈니스 활성화, 만화의 원작 가치 제고)이라는 추진과제를 실행하였다. 계획 수립 시 국내 만화 매출 2조 원이 목표였으나 2011년 매출 실적은 7,516억 원으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만화산업 매출은 2010년 이후로도 7천억~8천억 원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증가했고 2018년에 와서야 1조 969억 원을 기록했다. 2009년에 세운 만화산업 매출 2조 원은 결과적으로 무리한 목표였다. 또한 PC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만화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유료 수익 모델의 부재로 온라인 만화 매출 예측이 빗나갔다. 2013년 레진코믹스의 유료 수익모델 성공 이후 온라인 만화 매출이 증가한다. 만화 소비 연령대 다양화와 포털웹툰의 대중성 등이 확대되었으나, 웹툰의 폭력성, 선정성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었다.


「만화산업 육성 중장기 계획(3차)」은 2014년에 수립되었다. ‘세계가 함께 즐기는 한국만화’라는 비전 아래 4대 추진전략과 12개 추진과제가 설정되었다. 만화산업 매출액은 연간 매출 추이를 바탕으로 2018년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했으며, 공정한 만화산업을 위해 불법복제 만화침해 규모를 만화산업 매출 대비 10%에서 5%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만화산업 매출액은 2013년 7,570억 원에서 2018년 1조 969억 원으로 목표치를 달성했다. 공정한 만화산업을 위한 불법복제 만화 침해 규모도 5% 미만으로 목표치를 달성했다. 여기에 정책 수요 대상자 설문 결과 웹툰 시장의 전략적 육성, 만화 창작기반 확충, 만화 한류 확대가 높은 성과를 이루었다. 반면 창작 안정성 확보, 만화산업 상생기반 구축, 만화저작권 보호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외에 정책 수요 대상자들은 작가 생활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를 원했다. 또한 만화소비자들의 만화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인식했으며, 이는 만화에 대한 위상이 상승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 차례에 걸쳐 추진된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은 대한민국 만화의 위상을 높이고 만화산업 규모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만화산업의 외형에 집중하다 보니 다양성이나 사회적 약자의 참여, 공정생태계 등 문화다양성 관점은 1~3차 계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3차 계획에서는 3대 목표 중 ‘공정한 만화산업’이 포함되어 만화 불법복제에 대한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 2019~2023년)

2019년에 발표한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만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만화산업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2018년 6월부터 만화 웹툰 산업 실태 및 정책 수요를 조사하고, 민관 협의체 운영을 통한 정책 방향을 설정, 만화 관련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4차 계획에서는 이전 추진계획에 비해 반영된 문화다양성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의 비전은 ‘꿈이 커가는 한국만화, 새로운 한류의 중심’이다. 비전 아래 3대 목표(혁신하는 만화산업, 신한류 콘텐츠 도약, 상생하는 생태계)와 3대 추진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신시장 확대 및 수요 창출, 공정환경 조성 및 제도 개선), 9개의 세부 전략이 있다. 밖으로는 대한민국의 웹툰을 널리 알리고 안으로는 산업 규모를 키우면서 공정성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중 문화다양성 관점이 포함된 전략은 ‘인프라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 ‘창작 및 제작지원 확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만화 저작권 보호’이다. 인프라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에서 장애인, 시니어 경력단절작가 대상 만화 창작 및 스텝 직업교육, 청년 신진작가 발굴 및 육성 중 낙선작 피드백 등의 과제가 인상적이다. 창작 및 제작지원 확대에서는 비활성 장르 제작 지원이 눈에 띈다. 소외계층, 인권, 역사, 문화재 등 비활성 장르에서 독창성, 작품성을 겸비한 만화의 제작, 출판, 홍보를 지원하며, 지역 정체성이 반영된 만화 제작을 지원하여 지역 작가 양성 및 문화 다양성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이다.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에서 만화인 권리구제 제도를 강화하고, 현장 소통 채널 확대, 만화 저작권 보호에서 불법유통 사이트 단속 강화 및 이용자 인식 개선 역시 긍정적이다.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추진하는 만화 지원사업에 충실하게 반영되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22년 지원사업 예산은 전체 84억 원이다. 창작 및 제작 지원에서 다양성 만화 제작지원 14억 원, 만화 독립출판 지원 5억 원, 청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 10억 원 등 총 29억 원이다.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만화 독립 출판지원, 청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는 전체 84억 원의 예산 중 29억 원은 34.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예산이다. 공정한 만화생태계 조성을 위해 불법 웹툰 근절, 만화가 권리 보장 등도 추진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의 정책 방향을 부합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에는 이전 1~3차 계획에 비해 문화다양성 관점이 이전에 비해 비교적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1~3차 계획이 수립될 당시에는 만화산업의 외형적 발전에 방점을 두었다면, 국내 만화산업 규모가 확대되고 대한민국 웹툰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만화산업의 내실에 중점을 둔 결과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내년부터 준비해야 할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 2024~2029년)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잘 추진되고 있는 과제는 계속 유지하되, 꼭 포함되어야 할 과제를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만화가 복지 지원 과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2022년 당면한 사회변화 중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에 담기지 못한 큰 이슈가 있다. 바로 코로나19의 유행이다. 「만화산업 발전 계획(4차)」는 2018년에 준비하여 2019년에 발표한 계획이기 때문에 코로나19 변수는 당연히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2020년 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을 경험했다. 사회는 마비되었고 경제활동은 위축되었다. 문화예술계는 말할 것도 없다. 비교적 코로나19에 자유로운 비대면 매체인 웹툰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위협에 대해 어떤 정책이 시행되었을까? 2020년 12월에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되었다. 작가들은 대체로 예술인 고용보험의 시행을 환영한다. 일부 작가들은 기존에 떼던 사업소득, 기타 소득 외에 추가로 납부하는 고용보험료 때문에 예술인 고용보험을 불필요하게 생각한다. 이해당사자 모두가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인 고용보험은 하나의 예술 활동이 성공하지 않아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는 최소한의 시간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울타리의 역할을 했다.


만화가 아닌 다른 순수 예술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예술인 긴급 생계지원’을 통해 예술활동증명을 발급받은 인천 내 예술인에게 인천 지역화폐 ‘이음카드’로 1인당 50만 원을 지원하여 약 3,000여 명의 예술가가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사례 외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재단은 예술인 긴급 지원의 형태로 창작지원금이나 생계 지원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지역이나 분야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만화 분야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정책적 추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소 아쉽다.


일정한 금액의 지원은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지역에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의 중복 수혜 이슈와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많지는 않지만 일정한 금액의 지원은 예술인 고용보험과 함께 다음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예술활동증명을 발급받은 만화 분야 예술인은 총 2,880명이다. 지역화폐로 1인당 월 10만 원의 지원한다면 연간 약 35억 원(2,880명×10만 원×12개월)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예산이 아니더라도 만화 분야 예술인에 대한 복지 지원 과제는 지속가능한 만화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


둘째, ‘다양성 만화 지원 과제’이다. 다양성 만화는 정의하는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만화를 통칭한다. 만화산업에서 대중의 기호는 창작과 향유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웹툰 플랫폼에서 요일별 상위에 위치하는 작품은 대체로 대중의 기호에 부합한다.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인기 있는 작품은 더욱 알려지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나 대중의 기호에 부합하지 않은 작품은 묻히기 쉽다. 다양성을 인정할 때의 장점은 만화의 미학적, 문화적 가치가 확대될 수 있으며, 소재와 형식의 다양성을 통한 창작과 상상력이 확장될 수 있다. 또한 독자의 만화 선택권이 확대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1~3차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에서는 다양성을 위한 육성 지원이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 전문잡지 제작 지원사업(2013~2014년)’, ‘비활성 장르만화 연재 지원사업(2014, 2017년)’, ‘어린이만화 활성화 지원사업(2015~2017년)’으로 다양성 만화 지원사업을 운영하였다. 그 내용으로 만화 전문 잡지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다양성 만화를 연재한 매체 지원 사업’이었으며, 비활성 장르만화 지원은 ‘어린이 만화와 순정만화’를 비활성 장르로 규정하여 다양성 지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2022년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다양성 만화 제작지원, 만화 독립출판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 유지, 확대되어야 한다. 차기 중장기 계획 수립 시 장르 다양성을 일정 부분 보호할 수 있도록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창작 교육 과제’이다. 특히 장애인, 노인(시니어) 계층은 만화 창작을 위한 교육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면, 웹툰 창작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 노인 등은 심리적인 거리감(주로 사회의 편견)과 물리적인(경제적인, 장소의) 거리감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교육받지 못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권리가 있으며(헌법 제2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권장, 보호, 육성(문화예술진흥법 제3조)하는 등 이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2022년 기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청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 지원사업을 통해 장애인 진로교육을 위한 웹툰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법령에 따라 설립된 장애인 관련 복지시설 및 교육기관이다. 운영 취지 자체가 향후 프로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연령대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웹툰 작가를 꿈꾸는 초, 중, 고등학생 및 성인이다.


여기에 더해 시니어 계층의 웹툰 교육 환경을 위한 지원사업을 신설할 수도 있다. 지원대상은 시니어 계층을 교육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 정도로 한정한다. 청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 지원사업과 같이 프로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보다는 자신이 원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정도로 운영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시니어 계층이 웹툰 작가로 데뷔하는 것도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넷째, ‘만화 아카이브 구축 및 활용 과제’이다. 2009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NHN과 MOU를 체결하여 ‘만화콘텐츠 디지털아카이빙 사업’을 시작으로 2014년 <만화콘텐츠 디지털아카이빙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연구용역>, 2015년 1차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2016년에 2차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0년 이후 <웹툰 데이터베이스 구축 용역> 및 <통합시스템 구축 용역>을 추진 중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 아카이브와 관련하여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외에 국립중앙도서관은 2022년 6월 ‘수집대상 온라인 자료의 종류, 형태에 관한 고시’를 통해 수집 대상 온라인 자료로 웹툰과 웹소설을 명시하여 웹툰과 웹소설 수집을 정책의 영역으로 포함했다.


만화 아카이브는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예산을 투입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용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가치가 있다. 따라서 수집과 함께 자료 아카이브 활용에 관한 전략 역시 수립해야 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도서관을 운영하여 단행본 만화를 수집하고, 이용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누구나 만화도서관에만 가면 자신이 원하는 만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만화 연구자가 연구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다소 불편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개인이 수집하기 여러 자료를 수집한 바 있다. 하지만 연구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역사 분야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각종 고문서를 온라인에서 쉽게 열람하고 활용한다.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 성과도 활발하다. 역사 분야와 다르게 만화는 저작권 문제가 민감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자료를 접할 수 없고 만화도서관에 방문하여 일일이 열람해야 한다. 서울기록원의 사례를 보더라도 다양한 행정 문서나 자료를 온라인에서 열람 가능하다. 만화 분야 역시 학문 연구 및 발전을 위해 구축된 아카이브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저작권은 사후 70년이 지나야 공개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만화와 역사 분야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아카이브가 구축에만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이는 중장기 정책 과제에 포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만화 향유 담론을 조성 과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업과 대중의 기호에 웹툰 시장을 맡기는 경우 대중의 기호에 맞지 않는 작품은 생존하기 쉽지 않다. 즉,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다양한 작품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 발굴하는 것은 만화 향유 담론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만화연구 및 만화평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이 평론은 작품을 재단하고 깎아내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평론은 작품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많은 사람이 그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지 결코 작품을 지적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유명한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를 읽고 글을 쓴다는 행위는 어떤 만화에 대해 나만의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평론은 숨겨진 보석을 알아보고 채굴하는 보석 전문가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을 발굴하여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글의 내용과 분량, 문체에 따라 리뷰, 비평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큰 범주에서는 다 같은 평론이다.


매년 평론 공모전을 개최하는 장르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만화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만화 평론 공모전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2017년 시작하여 지금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되면서 다수의 만화평론가를 배출하였다. 연극, 무용, 음악 등 순수 문화예술 분야의 평론은 정기적인 공모전이 없기 때문에 많은 평론가가 배출되기 어렵다. 소수의 평론가가 활동하기 때문에 장르의 담론 형성도 어렵다. 만화 분야는 평론 공모전이 운영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매년 평론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만화 향유 담론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꼭 평론가만 만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만화를 읽고 자유롭게 자신의 소감을 표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화산업 발전을 위해서 꾸준한 향유 담론 조성은 유지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만화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화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길 바라며

‘정책’의 정의는 ‘특정한 목적과 이를 얻는 데 필요한 수단들에 관해 정부가 작성한 일련의 행동 규정’이다. 정책에는 반드시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은 현재 국민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일 수도 있고, 정부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미래 상태 달성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만화정책은 만화의 국내외 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략 과제를 설정하고 예산과 인력, 시간을 투입했다. 2002년에 수립된 1차 계획부터 2022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장기 만화발전 계획에 따라 추진되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웹툰 산업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규모와 내용 면에서 급속하게 발전했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만화산업 발전의 기초가 된 것은 사실 만화정책 덕분이다.


이제 2023년은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을 준비하는 해이다. 웹툰의 IP 확장, 웹툰 산업 내 각종 불공정 거래 문제 등 만화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있다. 만화정책이 제대로 세워진다면 만화산업은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문화다양성 관점이다. 만화산업 발전 계획이 필요한 부분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만화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모을 때다.



2022 대한민국 만화평론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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