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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명 Dec 31. 2020

겨울에는 옆으로 누워 자는 이유

침대는 횡단해야 제맛이라는 누군가가 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추워서인지 잘 시간이 되면 우리 집 고양이 여명이는 나보다 먼저 내 이불속에 자리를 잡는다. 이불에 들어오는 건 괜찮은데 꼭 내가 누울 자리를 애매하게 남겨두고 눕는다. 사람 하나가 제대로 눕기엔 좁고 옆으로 돌면 아슬아슬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로만 자리를 남겨두고 어느새 고양이는 평화롭게 그루밍을 하다가 코까지 골면서 잠이 들었다. 자기가 먼저 덥혀둔 자리를 절대 내가 차지하게 두지 않는 여명이를 보면 얄밉기도 하고, 자기 자리를 야무지게 잘 챙겨서 기특하기도 하다. 저 정도 생활력이면 어디서도 잘 살았을 녀석인데.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고양이 체온이 사람보다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명이와 함께 살기 전에는 이 정도로 따끈따끈할 줄 몰랐다. 그렇게 체온도 높은 양반이 난방이 지나가서 절절 끓는 자리만 골라가며 눕는 걸 보면 있는 놈이 더하다 싶기도 하다. 혀를 차다가도 문득 고양이 체온이 사람보다 높아서 나보다 더 추위를 느끼는 건가 싶어서 슬며시 전기장판도 켜준다. 잘 시간이 되면 전기장판과 보일러로 불가마 고양이가 된 여명이가 이불속으로 들어오는데 정말 따뜻하다. 얄밉네 어쩌네 했어도 결국 해피엔딩이다.

침대는 내 거야아아악!!!!!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가족이 되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고양이가 내 생활을 많이 바꿔놓았다. 고기가 가득하던 내 식탁에서 고기를 조금씩 몰아낸 것도, 원래도 어려웠던 1인 가구의 이사를 더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도 모두 고양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끝에는 결국 그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 건 나니까 결국 내 탓이구나,로 결론이 난다. 여명이로 인해 어떤 부분은 더 불편하게 바뀌기도 하고 가끔은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명이가 있어서 어지간한 고민들은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들은 집사의 체력을 함께 쓰는 대신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20년 여름에 만나서 임보를 시작했던 작은 고양이와 이렇게 여러 계절을 보낼 거라는 것도, 결국 가족이 될 줄도 몰랐다. 그래서일까, 계절에 따라 바뀌는 창밖을 여명이와 함께 구경하고 새해를 맞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다. 가끔 여명이와 만나서 가족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의 긴 프롤로그였고, 지금은 책의 초반부를 함께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우리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도 마무리가 되겠지만 에필로그를 쓰는 날은 영영 오지 않았으면, 오더라도 아주 먼 미래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시간을 쌓아나가고 있다. 투덜거리면서 옆으로 돌아누워 자는 추운 계절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분명히 옆으로 누워 잔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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