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명이 안 못생겼는데
아무리 내가 혼자 살고 여명이를 입양 보낼 때까지 스스로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더라도 내 가족에게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본가에 가곤 했는데, 이제 당분간 자고 올 수는 없게 되었기 때문에. 손바닥만 한 내 방에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걸 부모님이 아시면 분명히 뒷목을 잡으실 텐데. 부모님에게 알리기 전 아군을 한 명이라도 만들어야 했다.
나는 우선 나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동생을 집으로 불렀다. 내가 여명이를 구조한 날부터 빨리 보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구르더니 주말이 되자마자 장난감까지 주렁주렁 사들고 놀러 왔다. 어딘지 이상해 보이는 여명이의 눈과 짓무른 코 주변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아이돌 팬미팅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여명이가 하품만 한 번 해도 환호성이 나왔고, 내가 보기엔 똑같은 사진을 수십장 찍기 시작했다. 매주 내 방에서 재워주는 대신, 동생은 부모님께 여명이의 이야기를 할 때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만나는 날.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부모님 기분이 한껏 좋아졌을 때 나는 슬쩍 말을 꺼냈다. “우리 집에 고양이 있어요.” 좀 더 에둘러서 구구절절 밑밥을 잔뜩 깐 뒤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어쩌자고 결론이 먼저 튀어나와버렸다. 부모님은 눈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만춘이 출산부터 시작되는 긴 이야기로 구구절절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여명이를 키울 상황이 아니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다 나으면 입양을 보낼 생각이고, 그때까지만 내가 맡아서 치료하며 돌볼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냉랭했고, 곧 부모님에게서 ‘너는 어쩌자고’로 시작되는 잔소리가 터져나올 분위기였다.
그때 동생이 나섰다. 고양이가 정말 조그맣고 귀여우며, 지금은 아파서 얼굴이 좀 안돼 보이지만 다 나으면 정말 예뻐질 것 같다고.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는 금방 입양을 갈 수 있다고 편을 들어줬다. 이때다 싶어 미리 찍어둔 여명이의 숨 막히는 냥통수 사진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나는 그만 정말 숨이 턱 막히는 클로즈업 사진을 보여주고 말았다. 오늘 도대체 왜 이렇게 순서대로 되는 일이 없는가.
사진을 본 부모님은 둘이 거의 동시에 “하이고...”라고 탄식했다. 보통 내 부모님이 봤을 때 귀여우면 저 하이고 뒤에 ‘몬~생겼다!’라는 말이 따라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장탄식으로 끝이 났다. 이건 부모님 기준, 몰골이 심각하다는 거다. 사진을 다시 본 엄마가 귀여운 고양이들도 정말 많던데 얘는...정말...이라며 말을 못 이으셨다. 아파 보이는 얼굴에 비실비실 마른 몸을 한 여명이를 사진으로 처음 본 부모님은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식사 중에 부모님은 여명이가 나을 수 있는 병인지, 다 나으면 다른 아기 고양이들처럼 귀엽고 예뻐지는 지를 물었다. 일단 나을 수 있도록 잘 돌보겠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눈이랑 얼굴 피부만 다 나으면 예쁘지 않을까? 하며 다시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처음만큼 길고 깊은 “하이고...”가 튀어나왔다. 따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표정과 하이고를 통해 부모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임보 기간의 목표는 저 부모님의 ‘하이고’ 뒤에 ‘몬~생겼다’가 뒤따라올 수 있도록 여명이를 잘 돌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