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차를 따라가 보다
궁금증의 시작은 쓰레기 분리수거였다. 작업실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재활용 정거장'에 분리해서 버려야 했는데, 집에서는 분리하지 않고 커다란 비닐에 몽땅 담아 버리면 끝이었다.
현재는 작업실이 있는 상수동에서도 '재활용 정거장'이 없어졌지만(나중에 알고보니 시범 사업이었고 효과가 크지 않아 폐지되었다.) 당시에는 동네 사람들이 쓰레기를 들고 와 직접 분리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도와주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꼼꼼하게 관리하셨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분리배출했었는데 집에 와서는 한데 섞어 버리자니 혼란스러웠다. 분리배출.. 해야하는거야, 말아야하는거야?
"쓰레기들이 어떻게 되는지... 쓰레기차를 따라가 보면 알 수 있을까?"
쓰레기 여행의 시작 _ 재활용 쓰레기 수거차 따라가보기
분리배출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많은 테이크아웃 컵은 제대로 재활용되는지, 어떤 물건을 만드는지.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을 확인해보기 위해 '테이크아웃 컵'의 경로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서울시 쓰레기는 지정된 업체에서 수거를 하고 있는데, 그곳에 미리 연락해 허락을 구했다.
수거 차가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은 밤 10시 반. 약속된 시간에 차고지에 가서 쓰레기 여행을 시작했다. 그동안 쓰레기 수거차의 뒷 꽁무니만 보며 궁금해했었는데 그 차에 타게 되니 어쩐지 두근두근했다.
아저씨 구역이 시작되자, 내려서 길 가에 있는 쓰레기를 올려 담고 다시 타고 조금 가다가 다시 내려서 쓰레기 담고 다시 타고. 처음 몇 번은 따라 내리다가 너무 번거롭고 방해되는 듯하여 차 안에서 지켜보았다.
(게다가 차가 높아서 내렸다 올라갔다 하는것만도 꽤 힘들었다 -_-;)
/ 원래 다른 분들과 함께 담지 않나요? 그분들 아직 안 나오신 건가요?
- 이 길은 제가 혼자 해요. 여긴 아직 쓰레기가 많지 않아서?
/ 많은 것 같은데…
- 이 정도면 적은 거예요. 이제 저쪽으로 가면 굉장히 많이 모여져 있는데 그런 곳에선 같이하죠.
쓰레기가 많은 곳에 도착해서야 지금까지는 수월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이 배출되는 곳은 다른 분들이 골목에서 쓰레기를 모아 오시고 미리 정리를 해주시고 계셨다.
그곳에서부턴 쓰레기를 던져 올리고 차에서 받아 정리하는 협업을 하며 구석구석 돌게 된다.
/ 아까 작업하셨던 분은 계속 뒤에 타계 신 거예요?
- 그렇죠. 한 분은 타계세요. 이 안쪽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하죠. 밟아주면서.
/ 위험하진 않으세요?
- 위험하죠. 밑에서 던지는데 봉지 같은 경우 찢어진 걸 던지게 되면, 특히 그 안에 병이나 무거운 게 들어있으면.. 유리병 깨진데 얼굴이 맞기도하고..
/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까요?
-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죠. 밤에 하는 거고 던져야 하니까. 위에 있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려면 우리가 최대한 멀리 던져줘야 하거든요. 아니면 위에 있는 사람이 계속 앞으로 나와야 하니까. 그러다보니 다치기도 하고..
정해진 구역을 모두 돌면, 다시 차고지로 가서 차의 무게를 재고 일산에 있는 선별장으로 가게 된다.
비 오는 밤 강변북로를 달리며 아저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고 불편한지 궁금한 게 많았던 나 만큼 아저씨는 내가 궁금하셨다.
- 쓰레기가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그게 궁금한 건가요?
/ 네, 어떻게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궁금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버린 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면 버리는 사람의 태도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주택가에선 전혀 분리하지 않고 버리는데, 어떻게 버리는 게 좋을지. 실제 수거와 선별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 이런 것들을 알고싶어요.
- 일하다 보면 재활용 안 되는 것들이 많이 나와요. 나무나 도자기 종류, 접시 같은 것들.
유리 같은 경우도 깨지거나 큰 유리는 수거하면 안 되거든요. 분리하면서도 다치고요. 그리고 페인트, 화기성 물질 같은 것들. 그리고 쓰레기들 많이 쌓여있는 곳은 음료컵도 그냥 다 버리고 가요. 커피는 그나마 나은데 과일주스, 이런 거 마시다가 음료 남아있는 채 버리고 가면 여름엔 끈적거리고 장난 아니죠.
맞아요. 한두 사람이 버리면 다들 거기에 쓰레기들을 버리고 가서 힘드실 것 같아요.
그래도 아파트는 분류를 더 잘 하니까, 이런데 보다는 편하지 않으세요?
- 아파트는 편하긴 해요. 경비아저씨들이 정리를 해놓으시니까. 그런데 보통 아파트는 사설업체를 이용해요.
구청에서 치워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체 계약을 맺어서 하는 편이죠. 요즘엔 문제가 되는 게 사설업체도 스티로폼은 길가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죠. 그러면 또 우리가 수거를 해야 하는 거고..
중간에 버리고 간다고요?
- 돈도 안되고 부피는 크니까. 돈 되는 것만 가져가려고 하죠
그럼 스티로폼은 돈도 안되고 재활용이 잘 안 되겠네요?
- 부피만 크고 무게도 안 나가고. 애물단지긴 해요. 흙 같은 게 묻어있으면 아예 재활용이 안돼요.
반찬 샀을 때 라던가, 보통 음식 묻어있는 경우 많잖아요. 그런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잘 안 되겠네요?
- 그런 일회용은 거의 안될 거예요. 냉동음식 배송할 때 쓰는 박스 형태 같은 크고 깨끗한 스티로폼을 주로 하죠.
- 그리고 재활용 봉지는 투명 봉지를 써야 해요. 안에 보이도록 꼭 묶어야 하고요.
안 묶게 되면 바람 불면 널브러지고, 그게 다 쓰레기가 되고... 그것만 지켜도 도움이 되죠.
특히 홍대 쪽 가면 자취생들 많이 있잖아요. 그쪽은 정말 힘들어요.
치킨, 피자나 케이크, 쓰레기 봉투에도 안 담고 먹다 남은 것들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죠. 깨끗이 먹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치킨도 몇 조각 먹다 버리고. 편의점에서 파는 일회용 도시락도 먹다 남은 채로 버리고요. 그런데다 홍보를 하면 좀 나아지려나? 학생들 많이 사는 곳에는 유난히 지저분하고 심해요.
배달음식 시켜먹으면서 막 버리고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독립하고 자취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이런 것 자체를 모르는 거 같기도 하고요.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면서 건물주도 안내를 잘 해주면 좋겠어요. 잘하는 집들이 있어요. 건물주가 그런 걸 철저히 지키는 집. 그런데 건물주가 신경 쓰지 않으면 엉망이죠.
- 또 다른 애로사항은 민원이에요.
어떤 민원이요?
- 자기네 집 앞에 있는 쓰레기가 다 안 치워졌다. 약간 지저분하면 민원을 넣어요.
치우다 보면 잔재 같은 게 떨어지잖아요. 다 쓸어 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죠. 버릴 때 잘 버려야 하는 건데..
- 주민들도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상습 민원인'이라고 해야 할까. 재활용 쓰레기는 자정까지 배출해야하는데 그 이후에 내놓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상가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으니 치워주긴 하지만 일반 가정집 같은 경우도 새벽 늦게 버리고 안 치었다고 민원을 넣어요. 그래서 작은 차로 돌기도 하지만 다 치워지기 힘들죠.
아.. 사실은 저도 정해진 시간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홍보가 더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비 오는 밤, 한참을 달려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 도착했다.
쓰레기에 둘러싸인 채 차를 한 바퀴 돌릴 때쯤 냄새가 코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쓰레기를 쏟아내니, 다른 차도 들어와 대기하고 있다. 어두워 잘 몰랐지만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산처럼 쌓인 쓰레기 양이 어마어마했다. 이제 겨우 첫 탕이 끝났을 뿐이고 아저씨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밤 새 몇 번을 반복하시게 된다. 그렇게 새벽까지 몇 탕을 돌면 쓰레기는 얼마나 쌓이게 되는 걸까.
시간은 어느덧 자정, 원래는 밤 새 아저씨가 도는 일과를 함께 하려 했지만 첫 탕만 했을 뿐인데도 피곤함을 느껴 더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난 차에 가만히 있었는데 왜 피곤한 건지...
먹다 남은 음식물까지 뒤섞인 채 엉망으로 버려진 쓰레기. 게다가 비까지 맞아 축축한 산더미 같은 쓰레기들을 내일 아침이면 누군가 손으로 분류하게 된다. 이 낯선 풍경이 누군가에겐 아침에 출근하는 '일터'인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이렇게 엉망으로 버리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