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담 싸이코>
<마담 싸이코>는 싸이코패스 노부인과 순진한 젊은 20대 여성이 우연히 만나 겪는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두 캐릭터 모두 각자 나름의 외로움을 품고 있으나, 두 사람이 가진 외로움의 종류가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비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큰 도시에 살고 있는 여성답지 않게 주인공 '프랜시스'는 처음 만난 '그레타'에게 호의를 베풀게 되는데요, 이는 '낯선 인물은 되도록 멀리 하라'는 도시의 경고와는 완전히 다른 행동이라 보는 사람까지 조마조마하게 합니다. 게다가 우아한 노부인으로만 보였던 '그레타'가 시간이 흐를수록 보여주는 본 모습은 실제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올 지경이라 더 불편하고 경악스럽습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찰의 태도도 어쩐지 낯설지만도 않고요.
극 중 '그레타'가 젊은 여성을 꼬시기 위해 지하철에 똑같은 가방을 여러 개 놓는다는 점은 분명 소름 끼치는 설정이긴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하철 분실물 센터는 대체 뭘 하고? 싶은 현실적인 의문을 떠올리게 해 난감하기도 합니다. 애초에 '프랜시스'의 순진함과 따뜻함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스토리였기에 계속해서 영화의 현실성에 대해 의심하게 해요. 그러나 <마담 싸이코>는 세심한 연출을 통해 영화 전반에 걸쳐 '프랜시스'와 '그레타'의 모습을 조명하며 계속해서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담 싸이코>의 원제는 <그레타>로, 극 중 싸이코패스로 등장하는 주인공 '그레타'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차용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원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마담 싸이코>라는 강렬한 제목을 새롭게 붙여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렸습니다.
<마담 싸이코> 역시 원제 <그레타>만큼이나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 제목이었다고 느꼈는데요, 이는 프랑스 출신인 척 스스로를 꾸미는 '그레타'의 가식을 잘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우아한 노부인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싸이코 그 자체인 '그레타'의 캐릭터가 <마담 싸이코>라는 제목 안에 그대로 녹아 있어요.
물론 원제인 <그레타> 역시 나름의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 초반 원제 <그레타>가 화면에 나타난 뒤, 필연적으로 '그레타'에 대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후 '그레타'는 '프랜시스'가 주운 명함을 통해서야 처음으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키우는 섬세한 연출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캐릭터가 이름만으로 순간적으로 영화를 압도적으로 장악해버리니까요. 이후의 스토리 역시 '그레타'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앞세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지점이 아니었나 싶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원제 <그레타>를 살리지 않고 <마담 싸이코>로 제목이 바뀌었기 때문에 초반 이름만으로 영화 전반을 장악해버리는 압도감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마담 싸이코>라는 제목은 <그레타>와는 달리 초반의 임팩트를 잃어버려 아쉬운 점이 있긴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타'의 캐릭터를 잘 살린 제목으로서 또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담 싸이코>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또 있습니다. 영화 초반 무채색 혹은 어두운색을 즐겨 입던 '프랜시스'는 '그레타'와 만나고 그와 친해지면서 점점 화려한 무늬가 프린트된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엄마를 잃고 외로워하던 '프랜시스'가 엄마 또래의 노부인과 만나 조금씩 외로움을 덜게 되면서 나타나는 심정의 변화가 옷에서도 표현이 되는 셈인데요, 이후 '그레타'의 수상한 면모를 알게 된 '프랜시스'는 화려한 옷 위로 다시 검은 니트를 입어 이전의 무채색으로 되돌아가는 등 캐릭터의 패션을 통해서도 인물의 심리를 엿볼 수 있어요.
또한 <마담 싸이코>에서 사용된 음악 역시 눈여겨볼만한 요소입니다. 영화는 초반 로맨스 영화에서나 사용될 법한 부드러운 음악을 사용하여 독특한 위화감을 형성해요. 이후 '그레타'가 등장할 때에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과 같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우아한 외면과는 다른 광기를 표현하고, '프랜시스'에게는 리드미컬한 전자음을 활용하여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캐릭터를 표현해냅니다. (※ 네이터 영화 참고)
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레타'가 유기견 센터에서 강아지를 입양하는 장면입니다. 작은 우리 안에 갇혀있는 강아지들과 '그레타'가 직접 가둔 피해자들이 오버랩되기 때문에 '그레타'가 강아지들을 대하는 태도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레타'는 '프랜시스'의 권유로 강아지를 입양하긴 하지만, 그가 강아지를 고르는 태도는 그다지 진지하지 않습니다. 안락사 예정이라는 강아지를 별다른 애정 없이 구원해 주는 듯한 행동은 묘한 위화감을 남겨요. 이는 '그레타'가 젊은 여성들을 대하는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주목해 볼 만합니다.
<마담 싸이코>는 이렇듯 음악, 의상과 같은 자칫 신경 쓰지 않으면 흘려버리는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상징적인 장면까지 세심하게 연출하여 스토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각 캐릭터가 가진 특성이 잘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지점들이 모여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해나가기 때문에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담 싸이코>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이 모두 여자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악역뿐만 아니라 구원자까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런 점 덕분에 '사로잡힌 공주를 구해주는 멋진 왕자'와 같은 지루하고 게으른 클리셰에서 벗어나 영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으로 이끌어나가게 됩니다.
또한 극 중에서 주인공 '프랜시스'와 그의 절친 '에리카'의 우정도 참 좋아요.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고 위하면서 진정한 우정의 면모에 대해서 보여줍니다. 이처럼 영화는 영화의 중심을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의 관계가 모두 여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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