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선물받았다.
내가 태어나 향수를 선물로 받아 본 건 이번이 세번째다. 그미가 향수를 건네는데 과거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뿌리는 그 순간에는 엄마도, 아내도 아닌 여자가 되는 거야."
그미가 준 향수를 뿌리고 출근을 했다. 잊었던 향이 기억이 났다.
20대의 어느 시간에 나는 향수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매일마다 다른 향의 향수를 뿌리고 아침 바람을 맞으며 밖을 나서는 아침은 즐거웠다.
돈이 없던 이십대의 나는 여러 가지 이쁘고 향기로운 미니어쳐들을 사 모았었다. 그걸 바꿔가며 살짝살짝 뿌리는 소소한 사치를 누렸었다.
그런데,
아이를 가지고 입덧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냄새가 싫었다. 좋은 냄새든, 나쁜 냄새든 모든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밤 냄새마저 싫어 10개월 내내 나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입덧이 어느 정도 잠잠해진 만삭때는 코를 가리고 밥을 조금씩 먹을 정도였다. 세상의 모든 냄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겹게 태어난 아기. 아기가 태어나면서 입덧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향수 따위를 뿌려볼 여유를 내지 못했다. 향수가 어디어 놓여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서른이 훌쩍 넘은 생일날,
희양...이 생일선물로 향수를 주었다. 그미가 나에게 잊었던 나의 향기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래, 나는 나지."
오늘도 그 향수를 뿌리고 출근하는 아침은 상쾌했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