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자전거 타기
자전거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 이후로는 줄곧 해외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로망이 생겼다. 아마 sns에서 본 유럽의 멋진 언니들이 핏 좋은 슬랙스에 플랫슈즈를 신고, 코트를 흩날리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낯선 도시에서 걷는 것 외에 탈 것을 직접 운전해 다닌 다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의 감성을 조금 더 진하게 느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꼭 자전거를 탈 목표를 가지고 동선을 짜게 되었다.
처음 후쿠오카를 방문하면 대부분 텐진이나 하카타에 숙소를 정한다. 아무래도 쇼핑할 수 있는 상점들 대부분이 그곳에 모여있으니 짧은 기간 쇼핑을 하고 돌아가기엔 아주 적합하다. 그러나 나의 이번 여행의 목표는 무엇?! 바로 쇼핑보단 아침에 일어나 공원을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오호리 공원 근처로 2박을, 나머지 하루는 야쿠인에 숙소를 잡았다. 2일간 머무를 오호리공원의 숙소는 캡슐호텔과 게스트하우스의 중간 정도 되는 곳으로 도미토리룸도 있고, POD라 해서 커튼이 달린 독립적인 공간도 있어 선택이 가능하다. 2박을 묵어야 하는 나는 POD를 선택했다. 층마다 공동샤워장, 1층엔 카페, 5층엔 공용공간이 마련된 트렌디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숙소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외국인들이 많이 묵고 있었다. 무엇보다 여행기간 동안 나의 발이 되어준 일본의 따릉이라 할 수 있는 차리차리(charichari) 반납대가 숙소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 선정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차리차리는 앱을 깔고 카드정보를 입력 후 대여하고자 하는 자전거의 QR을 스캔하면 lock이 풀려 바로 사용가능하다. 우리의 따릉이처럼 인기구간에서는 빌리기가 어려우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근처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와 일반 2종류가 있는데 전기자전거의 사용료가 일반의 2배에 가까워 일반자전거의 인기가 더 좋다. 그럼에도 여행객의 입장에선 타 교통수단보다는 저렴하니 일반이나 전기나 가리지 않고 탔던 것 같다. 대부분 평지에다 작은 도시인 후쿠오카는 자전거도 다니기 정말 좋은 환경이다. 후쿠오카의 현지 바이브를 조금 더 느끼고 싶다면 차리차리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2일 차 아침, 계획대로 차리차리를 빌려 오호리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숙소와 가까이에 있었다.
비 예보에 우산까지 들고 나온 흐린 날이어도 공원은 언제나 좋다. 이른 아침 호수를 따라 공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이들, 호수 앞 벤치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거나 공원 안에 있는 스타벅스 야외테라스에 반려동물과 함께 나와 브런치를 즐기며 근황토크 중인 듯한 사람들 사이를 자전거로 천천히 지나가며 둘러보니 좋아하는 취향의 잔잔한 일본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호수를 반 바퀴쯤 돌았을까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해 공원을 나오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비가 더 내리기 전에 미리 찾아둔 카페로 가야 하니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왔다. 아쉬움은 내일 다시 방문하는 것으로 달래주고.
오호리 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 작은 2층 목조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가 있다. 작은 공간 안에는 로스터리 기계도 있고, 원두별로 시음도 해볼 수 있도록 작은 커피 서버와 컵도 준비되어 있는 친절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따뜻한 라테와 토스트 한 조각을 먹으며 아직 2일 차 여행의 낯섦과 설렘 그 어디쯤의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자전거 라이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에 잠시 있으니 아이를 앞에 태운 자전거 한 대가 카페 앞에 주차를 한다. 성인이 되어 자전거를 배운 나로서는 아주 고난도의 라이딩으로 보이긴 하나 이 장면은 나의 로망 중 하나다.(소소한 로망이 많은 편)
점심시간이 되어 비는 점점 더 내리기 시작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길을 걸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비가 와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 이것이 일본의 자전거 라이프인가. 후드 뒤집어쓰고, 어디서 났는지 우비도 걸치고 빗길을 쓱쓱 잘도 지나간다. 비가 와도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신선하다. 비 맞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극도의 염려를 하는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물론 비가 더 짙어질까 서둘러 가는 듯해 보였지만.
2일 차에 이어 3일 차 오전도 같은 코스로 움직였다. 재밌고 좋았던 것은 반복함으로 이때의 감정과 기분을 새겨두는 편이다. 숙소 앞 차리차리와 근처를 둘러봐도 일반 자전거가 없어 전기자전거를 빌렸다. 오- 급발진의 느낌이 없이 아주 스무스하게 앞으로 나간다. 일반 자전거와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부드럽게 달린다. 이번 여행에서는 결국 맑은 오호리 공원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자전거는 탈 수 있었던 날씨여서 다행이었다. HAPPY!
전날과 같은 카페에서 라테와 바나나케이크를 먹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숙소 앞 사거리에 도착하니 바로 들어가기가 싫다. 아직 시간도 있으니 조금만 더 자전거를 타보기로 하고 동네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재밌는 라이딩이었다. 아침부터 움직여서일까 살짝 졸음도 온다. 체크아웃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잠시 눈을 붙였다 시간이 되어 숙소를 나왔다.
새로운 숙소로 가는 길에 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mina'. 유니클로, GU, 무인양품, loft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이다. 여기서 동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올여름부터 알게 되었는데 여행지에서도 만나다니 사람 인연이 참으로 신기하고 재밌다. 남은 2일도 기대가 된다.
숙소에 짐을 보관해 두고 나와 쇼핑몰까지는 다시 차리차리를 이용해 갈 계획이다. 숙소 근처에서 차리차리를 빌려 도심을 달리니 또 다른 느낌이다. 함께 자전거를 타는 무리들이 더 많아 가는 길이 외롭지도 않았고.
목적지 근처에 도착을 해 지도를 아무리 보아도 반납대가 안 보인다. 같은 거리를 돌고 돌아 건물 안쪽에서 반납대를 발견했다! 할렐루야! 약속시간에 늦을까 자전거를 주차하고 부랴부랴 쇼핑몰로 향했다.
차리차리 주차장 tip
사진으로 찍진 못했지만 텐진부근 차리차리 반납대는 좁은 골목 안 차가 주차된 건물의 안쪽에 차리차리라 쓰인 검은색 고무 발판만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혹 차리차리를 이용하고 반납대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면 지도가 가리키는 건물, 그 주변 바닥을 살펴보시라 팁을 남겨본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사면 꼭 등록을 해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그래서일까 길가 또는 가게 앞에 자전거 주차장 표시가 별도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일본에서의 라이딩은 의외로 어렵지가 않았다. 혼자여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으니 더 안전하고 쉽게 느껴졌다. 이번의 도전으로 다른 여행지에서도 자전거를 탈 용기가 생긴 듯하다.
오랜만에 그것도 후쿠오카는 처음이었던 터라 자전거도 타야 했지만 쇼핑도 해야 했기에 자전거로 오롯이 다니지 못했던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그 아쉬움이 동력이 되어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되겠지..
어디가 되었든 다음 여행도 또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을 찾아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