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후쿠오카 여행
여행지에 가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하나의 미션이 되어 괜찮은 카페들을 그렇게나 찾아다닌다. 그 덕분에 맛있었던 커피의 좋은 기억으로 여행지의 여운이 오래 남는 편이다.
이번 후쿠오카도, 앞으로 있을 여러 번의 여행들도 미리 찾아둔 카페들을 중심으로 여행동선을 짠다. 우연히 찾은 곳이 마음에 들면 한번 더 방문해 그곳의 분위기를 한 번 더 눈에 담는다.
Fuglen Fukuoka
후글렌 후쿠오카
후쿠오카 공항에 내리자마자 캐리어를 끌고 찾은 곳은 숙소가 아닌 후쿠오카에서의 첫 카페, 후글렌이다. 공항과 가까이 있어 공항선을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10분 안에 도착가능하다.
최근 한국에도 오픈한 후글렌은 여전히 오픈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은 듯해 선뜻 방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후쿠오카는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으나 웬걸 이곳도 사람이 많다. 조금 서성이고 있으니 넓은 테이블 한편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공항과 근접하여 (나와 같은) 관광객도 많았고,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듯했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하고 새초롬해보이는 유리잔에 거품이 곱게 올라간 따뜻한 라테. 한 모금 마시니 향긋한 과일향을 머금은 밝은 산미톤의 원두가 짙은 우유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기가 막힌 맛을 선사했다. 후쿠오카 도착과 함께 맛있는 커피라니 그야말로 럭키다!
연이어 몇 모금 마셔주니 아쉽게도 금세 사라진다. 한잔 더 마실까 잠시 고민하다 라테에 사용된 원두의 드립백을 사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앞으로 있을 많은 카페인의 섭취를 위해.
둘째 날 아침, 오호리공원 근처에 미리 찾아두었던 로컬카페로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다.
Basking coffee
바스킹커피
작은 2층 목조주택을 개조한 공간은 아늑했다. 좁은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작은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는 공간이 있다. 2층에 자리를 잡았으나 바깥구경도 할 겸 1층 테라스로 자리를 곧 옮겼다.
1층엔 로스팅룸과 함께 원두가 진열되어 있고, 각 원두를 시음할 수 있도록 서버가 마련되어 있다. 매번 따뜻하게 유지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른 아침이라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씩 시음할 수 있었다. 밝게 볶인 커피가 나의 취향과 잘 맞았다.
따뜻하게 구운 토스트에 버터 한 조각, 달달한 시럽이 살짝 뿌려진 기본 토스트에 따뜻한 라테는 최고의 조합이다. 행복해지는 맛 :-)
라테가 맛있으니 원두를 사야겠다며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 사장님께 이것저것 문의 후 블렌드 원두와 직접 트레이딩 하셨다는 코스타리카 원두로 구입했다.
- 이후 한국에 돌아와 단골카페에 원두를 들고 방문했다. 사장님과 원두들을 맛보니 블렌드 원두가 꽤 밝은 편이었고, 의외로 코스타리카는 조금 진하게 볶여있어 모카포트로 내리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 추천해 주셨다. -
후글렌에 이어 바스킹까지… 원두 구매를 위한 여행이었던 것인가. 이제 원두는 그만 사야지!
원두를 구매하면 커피를 한잔 준다 하셔서 맛있었던 라테로 한잔 더 받았다. 점심식사를 가려 한 곳의 오픈시간이 조금 남아있어 그 사이 사장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커피를 알게 되었고 경험했는지, 한국에서 자주 가는 카페는 어디인지, 후쿠오카에 괜찮은 카페도 소개받고 이참에 점심으로 가려했던 식당대신 사장님께 추천받아 로컬 식당으로 점심메뉴를 바꾸는 등 언어와 민족이 달라도 커피라는 공동의 취향으로 시작된 스몰토크는 이내 여행지에서 또 다른 즐거운 기억을 갖게 해 주었다.
좋았던 기억은 다음날 아침도 다시 바스킹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사장님은 계시지 않았지만 또 다른 친절한 직원분 덕분에 바스킹에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ひいらぎ
히이라기
둘째 날 바스킹에서 커피 한잔, 점심식사까지 완벽히 끝낸 후 시내로 걸어가는 길, 급히 화장실 이슈가 생겼다. 한적한 곳 마니아는 늘 그렇듯 그 흔한 편의점도 없는 곳을 걷고 있었으니 어찌나 난감하던지. 지도를 통해 근처에 카페 한 곳이 눈에 들어왔고 아무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카페로 들어가 화장실부터 해결하니 이제야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예쁜 빈티지 커피잔들이 가득한 이곳은 커피마스터가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주는 오래되고 클래식한 카페였다. 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으나 한국에서도 유명한 곳인지 손님들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일본 커피마스터분들이 내려주시는 커피의 농도와 로스팅은 진한 경우가 많아 주문할 때 밝고 가벼운 원두로 추천받았다. 메뉴는 일본어로 되어있어 보기가 어려웠지만 친절한 안내 덕분에 코스타리카 원두로 따뜻하게 한 잔 주문했다. 커피를 주문할 때 잔도 함께 고르는 기회를 주신다.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어떤 잔에 마셔야 기분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으나 결국은 깔끔한 잔으로 고른다. 다음엔 꼭 화려한 잔에 마셔볼 테야 다짐해 보지만 그때가 되어도 또다시 비슷한 선택을 할 듯.
이어 커피마스터 어르신의 굵은 손마디로 한 땀 한 땀 커피를 내리고 내가 고른 잔에 고이 담아내어주시는 정성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커피도 단연 최고다. 밝은 원두여도 농도가 짙은 편이나 쓴 맛 하나 없이 단맛과 질감이 부드럽게 맛있다. 디저트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했는데 나중에서야 다른 손님들의 메뉴를 보며 치즈케이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어를 몰라 주문하지 못한 치즈케이크가 못내 아쉽지만 또다시 의미 없는 다음이라는 기약 하며 깨끗하게 한잔 비우고 카페를 나왔다.
Coffee county
커피카운티
저녁이 되어 바스킹커피 사장님의 추천과 셋째 날 텐진에서 합류한 동행자의 위시리스트에도 있었던 커피카운티에 도착했다. 이미 여러 차례 커피를 마신 후였지만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가득한 여행자는 무리를 해 커피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비주얼은 치즈케이크라 말하고 있으나 맛은 완벽한 푸딩이었던 푸딩! 앞서 마신 후글렌, 바스킹커피와 비슷하게 밝은 톤을 지닌 라테도 맛있다. 바스킹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이유를 알겠다.
조금 더 욕심을 내 원두를 사 올걸이란 후회는 한국에 와서야 선명해진다. 결국 사고 싶은 건 사 와야 하는 것이 여행지에서의 물건들인가 보다. 원두는 사 오지 않았지만 잔은 하나 데려왔다.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에서 만든 zento라는 브랜드의 컵으로 이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빨리 식지 않고 컵을 잡는 부분도 뜨겁지 않다는 직원분의 수려한 말에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
Blue Bottle Tenjin
블루보틀 텐진점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인 아침, 오후 비행기라 텐진에 있는 블루보틀에서 브런치를 먹고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평일 아침 출근하는 모습은 일본도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 카페로 가는 기분 또한 괜히 신난다.
어딜 가나 체인이 주는 익숙한 로고에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진 블루보틀. 특히 후쿠오카의 블루보틀은 매장 밖, 통유리로 보이는 케로신사와 공원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이른 시간임에도 러닝을 마치고 들어오는 사람들, 다양한 인종의 관광객들로 붐비는 카페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브런치를 편하게 먹으려 조금 더 넓은 자리로 옮겼다.
이어 바로 나온 브런치와 커피.
스매쉬드 아보카도와 치즈케이크, 수란은 얹은 토스트, 그리고 든든하게 우리의 배를 채워줄 라테.
음식도 맛있고, 풍경도 좋고, 이 시간 이렇게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단순히 취향이 비슷하단 이유로 함께한 동행자와 이곳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이제 곧 여행의 종료를 앞두고 있는 아쉬움 마음도 더해졌는지 블루보틀에서의 기억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장 오래 좋은 여운으로 남아 있는 곳이 되었다.
함께 간 동행에게 인생샷도 남겼고.
잊지 못해, 우리의 블보
1. Fuglen
2. basking coffee
3. 하이라기
4. coffee county
5. blue bot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