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아요
답십리에서 시작된 홀로의 시간.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돌아보며 6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충분히, 아주 잘 즐기고 누렸다.
물론 신경 쓰지 않아도 차려지는 매 저녁식사와 잘 개켜진 빨래, 깨끗한 방은 고스란히 내가 해야 할 몫이 되었지만 떠나보니 알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 의외로 난 이런 것들을 꽤나 잘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세 계약기간인 2년을 꼬박 채우고 일산으로 넘어왔다.
6월의 연푸르름이 햇살 사이 가득했던, 영화같이 예쁜 장면이 일산의 첫 기억.
그 푸르름 때문이었는지 임장을 나선 6월 말, 집을 보고 바로 계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군자와 왕십리 사이 한없이 짧고 좁았던 생활반경을 오랜만에 벗어났다.
대학 입학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왔던 거리만큼이나 일산은 나에게 멀고 낯설지만 새로운 도시다.
이곳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지는 아직 몰랐다.
그저 내 몸을 누일 안락한 공간이 (서울에 있는 직장과는 조금 멀어도) 하나 생겼다는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