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쉽고, 사람은 멀다

ADHD와 관심 욕구로 인한 거짓말의 소용돌이

by 성수민

나는 거짓말을 자주 했다. 거짓말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은 어릴 때 배웠지만, 나는 배운 대로 행동하지 못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나는 나의 거짓말이 언제 밝혀질지 전전긍긍하면서 불안에 떨었고, 거짓말을 하는 나 자신을 미워했다.


어린 시절 나의 거짓말들은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진상이 밝혀지는 허술한 것들 뿐이었다. 어린아이에게서 나올 거짓말이라는 건 대부분 정형적이고, 뻔하니까. 그렇게 머지않아 나는 공격대상이 되었고, 주위에서는 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나의 거짓말 때문에 사람들과 계속해서 멀어졌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었다. 첫 번째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앉아서 하는 뭔가를 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부, 숙제, 글쓰기 등등 학교에서 뭔가가 주어지면 극히 일부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에게 숙제를 해오지 않은 이유를 대야 했고, 거기서 항상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이 소식을 들은 친척분에 의해 정신과에 가서 ADHD 의심 소견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치료제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 치료는 받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서도 거짓말은 늘 회피수단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오로지 숙제를 해오지 않았냐는 다그침만 피하면 됐지만,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왜 알바를 그만두었는가, 왜 학사경고를 받았는가 하는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을 맞닥뜨렸다. 그리고 나는 사장이 나쁜 사람이었다, 오롯이 내 탓으로 망쳐놓은 시험을 늦잠 자서 출석하지 않았다는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관심을 받기 위함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것이 부러웠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소심했고,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인간관계는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먼저 나는 아이들 사이에 어떤 유행이 퍼지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야구, 부메랑, 그리고 최신형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떠돈다 싶으면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나도 야구 좋아해!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야구의 ㅇ자도 관심이 없었다. 나는 영화나 게임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야구 때문에 집에 우연히 꽂혀있던 야구 서적을 반에 돌렸고, 그렇게 나는 야구 박사가 되었다.


그러나 나의 실체가 곧 까발려졌다. 아이들이 묻는 것에 하나도 답하지 못한 것이다. 무슨 팀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몰랐고, 야구 룰도 몰랐다. 책 한 페이지 읽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 관심 없는 분야는 손도 못 대는 아이에게 그런 질문은 너무 어려웠다. 나는 곧 ‘이상한 애’ 취급을 받았고, 관계는 소원해졌다.



거짓말은 나에게 상처만 남긴다. 그 때문에 나는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아예 피하려고 애썼다.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사귀려고 거짓말까지 하는 나인데,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거짓말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평범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사람을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다시 말해,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삶’을 그려놓고 거기에 나를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해왔던 것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거짓말을 멈추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ADHD을 갖고 있는 아동청소년, 심지어 성인까지 정확하게 나와 같은 이유 때문에 잦은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그 통계에서는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한 이상 ‘ADHD로 인해 학습장애와 대인관계에 문제를 겪었다’는 말로 나를 묶어둘 필요 없이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삶’을 추구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과거니까 말이다.


물론 ADHD로 내가 해온 거짓말들을 합리화하고 싶고 이미 이 글에서도 무심코 합리화하고 있다. 부끄러우니까.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과거를 그대로 껴안은 채 앞으로의 삶을 묵묵히 이어나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난생처음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했고, 숨거나 피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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