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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진행되는 이사준비, 과연?

서울에 집을 사게 되기까지 - 2

by 데이츄

1편에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저 이사 가겠습니다”

전세계약 종료일 3개월 이전에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를 알리고 이사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매번 크리스마스 때 집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걸어주시던 집주인이셨는데, 반응은 “그래요” 하고 싸늘했다.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 것도, 부동산 비용도 이것저것 집주인에게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얼마뒤에 전세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계속 살생각이 있냐고 연락이 왔다.


“아니요. 멀리 이사 가야 할 사정이 생겼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의 이사일은 10월, 아직 3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3개월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흘러갔다.


가계약을 한 뒤에도 해야 할 건 많았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예산이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돈과 대출 금액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우선 정리했다.


1. 집 구매비용, 취득세

2. 부동산 중개비

3. 이사비용

4. 인테리어 비용

5. 가전 가구 구입비

6. 입주청소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하나씩 처리를 하였다 “J”의 성향이 강해서 모든 것을 미리 알아보고 계획하며, 생각보다 어떤 일을 실행할 때 플랜 Z까지 생각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온갖 상상을 다하며 최악까지 준비를 했다.


어느 정도냐면, 집주인이 혹시나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상황도 고려해서 마이너스 통장에 메꾸지 못하는 금액을 고려하여 3개월간 외식과 소비를 줄이고 나름의 작은 부업을 통해 매달 조금씩 더 벌었다.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해 보니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부업을 하면서 모은 돈 이력을 보았는데, 약 5개월 동안 700만 원 정도 모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계속할 짓은 되지 못하였기에 현재는 하지 않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집 구매비용과 취득세, 부동산 중개비는 고정 비용이라 해당 비용을 줄일 방법은 없었다.


그럼 이사비용, 인테리어 비용, 가전가구, 입주청소에서 최대한 금액을 줄여야 했는데 이사비용의 경우 기존 내게 짐이 많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책상 하나와 컴퓨터 두대, 서랍이 전부였다. 그래서 예전에 원룸이사를 했던 정도의 금액으로 견적을 받았다.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였기에 걱정 없이 예약을 했다.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기존 집에서 사실 바꾸고 싶은 게 많았다. 오늘의 집에서 이것저것 살펴볼 때 나오는 사람들의 후기에서 너무 예쁜 집이 많았기에, 나도 내 첫 집을 그렇게 꾸미고 싶었다.


물론 예쁜 집이면 퇴근 후 힘들고 지친 나를 좀 더 위로해 줄 수 있겠지만, 애초에 나는 성격이 그렇게 깔끔한 편이 아니라 적당히 “사람 사는 집” 정도로 나와 협의했다. 도배와 마루만 시공을 하고, 간간이 보이는 구멍들은 직접 셀프 인테리어를 했다. 그래서 500만 원 안팎으로 숨고 어플을 통해 제일 후기가 좋은 곳으로 견적을 받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으로는 가전, 가구 비용이었는데 나는 기존 집에서 냉장고 세탁기는 옵션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 다 사야 했다. “가전가구는 거거익선이야”라는 친구의 말에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소파, 침대 전부 큰 사이즈로 구매했다. 혹시 나중에 함께 살게 될 누군가가 생기면 그게 편할 것 같기도 했다.


저 중에서 가장 열심히 골랐던 건 침대였다. 백화점과 가구거리에 가서 열심히 누워보고 앉아보고 했고, 예전에 쓰던 침대와 다르게 이렇게 푹신푹신한 침대도 있구나 싶었다. 인테리어와는 달리 가전 가구에서 크게 아끼고 싶지 않았다. 집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또 할 수 있지만 가전 가구는 한동안 혹은 10년 가까이 나와 함께 지낼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침대의 경우에는 백화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침대로 골랐다. 사실 더 좋고 비싼 침대 브랜드들도 있었지만 눈길을 주지 않기 위해 누워보지 않았고, 사전에 내 예산에 맞는 브랜드들을 서칭해 두고 그곳만 방문했다. 최종적으로는 에이스침대로 선택했다. 침대는 지금도 너무너무 만족한다.


가전의 경우 삼성전자를 다니는 친구의 덕에 온라인 최저가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삼성전자의 임직원 패밀리세일 기간에 맞추어 가전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임직원 한도를 넘어서 다른 동기들에게 부탁까지 해주며 내 가전구매를 도와줬을 때에는 너무 감동이었다. 사람들은 가전은 LG라고들 하지만, 나에게는 삼성이 최고였다. 냉장고 문 하나하나, 세탁기 색상 하나하나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사 준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재미있었던 게 가전 가구 고르기였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다른 가구들은 다 필요하지만 에어컨만큼은 당장은 필요 없었기에 추후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에어컨을 구매하지 않았다.


또한 세탁기 건조기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건조기를 2단으로 세로로 놓으면 건조기 뒤에 보일러가 가려져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세탁기/건조기 이동비용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창 인터넷에 “세탁기 건조기 일체형”에 대해 신상품이 내년 출시라는 말이 떠돌고 있어서 말 그대로 존버할까 싶었지만 불가능이라 판단하였고, 많은 기존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례에서도 보일러 앞에 2단으로 놓으신 분들이 많아 조금 껄끄럽지만 보일러 앞에 세워두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추후 나에게 큰 생일 선물로 돌아온다.


입주청소의 경우에는 아파트 커뮤니티에 들어가 업체를 추천받아 손쉽게 결정했다. 숨고 사이트보다 조금 더 가격이 나갔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족했다고 실제 후기를 들으니 믿음이 갔다.


이렇게 순조롭게 모든 이사 준비가 진행되는 듯했다.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행복한 임시공휴일 지정이었지만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임시공휴일이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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