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을 사게 되기까지 - 4
10월 2일 이사날이 되었다.
당근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아빠 차에 대부분의 짐이 그냥 실어졌다. 허먼 밀러 의자와 컴퓨터 본체 정도가 내 짐의 전부였다.
짐을 다 뺀 뒤에 걱정했던 부분은 벽지 한부분이 손상된 거였다. 동생이 키가 큰탓에 컴퓨터 할때 벽지에 발을 대고 있었는데 그부분이 까맣게 변했고 괜히 지워보려다 하얗게 오히려 티가 났다.
하지만 이미 세입자도 정해졌고, 도배를 하는데 얼마나 들지 대충 알기 때문에 정 안되면 복구를 해줘야 겠다 단순히 생각했다. 인터넷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입자가 복구해 줘야 한다. 집주인이 복구해 줘야 한다로 많은 다툼이 있었다.
‘좋은 날인데, 마음 편하게 먹자’
부동산에서는 한번 집을 둘러보더니 그냥 생활 오염으로 판단하고 집주인을 설득해서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아니였다.
“입주청소 인데요. 집 문이 안열립니다”
엥??? 어제까지 멀쩡히 인테리어를 하던 이사갈 집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오래된 도어락을 사용하고 있던 집이였기에, 이사를 하면 도어락을 바꾸도록 예약도 해둔 상태였는데 이게 무슨일이지?
“집주인이 오늘 짐을 넣지 말라더니.. 집주인이 비밀번호를 바꿨나?“
“인테리어에서 비밀번호를 바꿨나?“
온갖 상상을 하며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아침 일찍 이사를 하게 되어있었기에 이른 아침이였지만 다행히 부동산에서는 아직 부동산 중개비 지불 전이라 그런지 상냥하게 받아주셨다.
입주청소업체는 결국 3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다음날 오겠다며 돌아가 버렸다.
나는 현재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이라 전세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상황이였기에 새 집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됬다.
원하는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아서 너무 불안했다.
“진짜 안열리네요”
부동산에서 부랴부랴 확인하러 오셔서 전화를 하셨다.
인테리어 업체와 집주인에게도 연락했지만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고 하셨고 결국 도어락 업체에 연락해서 도어락 변경일을 당기고 강제로 문도 개방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유는 그저 도어락이 너무 오래되어 녹이슬었기 때문이란다.
이틀만 더 버텨주지…
문 개방에 추가금액을 지불했지만 그정도는 그냥 귀여웠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도 억까를 하는구나 마냥 너무 지쳤다.
이사 전날 침대에 누워 부동산 거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썼다. 취득세는 카드로 분할납부 하기위해 앱을 미리 깔아두고, 부동산 중개비와 법무사 비용 그리고 집값까지 준비했다. 이제 모든게 완벽하겠지?
이사 당일에 가전, 가구, 그리고 이사까지 한번에 진행되기에 아빠와 동생은 집에서 가구와 가전을 받고, 엄마와 나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혹시나 해서 카드사 앱으로 확인한 한도는 너무나 당연하게 카드 한도가 늘어나있지 않았다. 당장 카드사에 전화해서 5분뒤 거래를 해야한다며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말 끝까지 말썽을 부리는구나
하지만 이후로는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지나갔다. 법무사님이 알아서 척척 다해주셔서 나는 그저 싸인만 하면 됬다.
나에엔 큰 빚과 작은 집이 주어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것을 사는 순간이였다.
보통 돈으로 무엇인가를 사면 엄청 기쁜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이사 자체는 후련했고 이제 전세살이에서 벗어나 이사를 다니거나 집주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큰 빚때문인지 불편함이 있었던것 같다.
이사 후 평일이 되었을때 은행에서 뜻밖의 전화가 왔다.
대체공휴일이 되어서 이틀정도 돈을 더 빌리게 된것이므로 그것에 대한 이자를 내야한다는 것이였다.
미리 말을 해준것도 아니고 대체공휴일에 대출을 상환할 수도 없었는데 이틀치 이자를 더 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다.
겨우 오천원밖에 안되는 금액이였지만 사전 고지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하지 않으면 연체로 잡힌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됐다.. 앞으로 좋은 일만 생각하자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렇게 액땜을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은행에 송금했고, 마지막으로 전잊신고를 하면서 이 길고 긴 집 계약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살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해.
나도 은행에게서 널 온전히 돌려받기위해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