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평일의 하루는 퇴근하는 순간 '똑같은 하루'로 편집되어 쇠퇴한다. 또 다시 일어나서 출근하는 나에게 ‘오늘의 특별함’이란 건 없었다.주말은 평일의 고단함을 보상받기 위해 쉬는 것일 뿐.
내가 '라이트한 축구팬 되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이 지점이다.
출처: Pixabay
사실 우리 일상은 반복이 아니다. 오히려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의 총망라에 가깝다. 작은 실수가 엄청난 낭패가 되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기도 한다. 상사에게 깨지고도 맛있는 점심 메뉴에 감탄하며 완전히 까먹기도 한다. 반복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반복이라며 편집해 버리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라이트한 축구팬'이 되는 것은 그'반복의 연속'을 일주일 단위로 끊어준다. 나에게 축구는 주단위로 일상에 칸막이를 그려 주는 가장 쉬운 취미였다. K리그 경기는 매주 있다. 매주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긴다.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데일 카네기, 리베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닐 걸. 가상의 칸막이를 치는 게 은근히 큰 역할을 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에서도 걱정을 안 하고 살려면 어제는 ‘철문’으로 닫아버리고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기나긴 인생은 막막하지만 어제와 내일을 닫아 둔 오늘 24시간은 버틸 만하니까.
반복되는 일상을 한 번씩 끊어가는 것만으로도 지난 주의 일상이 이번 주의 일상과 구분되고 기대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칸과 칸 사이의 일상을 조금 더 생기 있게 만든다. 매주 하는 드라마에 빠진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월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매주 월요병을 싹 낫게 해 준 것과 같은 원리이다.
버스 시간이 15분 남았을 때
이 칸막이는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걸 진짜로 깨달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우두커니 버스를 기다린 경험을 생각해 보면 된다. 15분이 남았다면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다음 정류장으로 10분 동안 걸어가서 5분을 기다리는 것은 기다릴 만하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10분과 분리된 5분만 기다리면 되니까.
똑같은 15분이지만 뭔가를 끼워 넣음으로써 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실제 ‘물리적으로 흘러간’ 시간보다 더 지루하고 의미없이 느껴진다.이 원리를 우리의 일상에 적용하는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 매주 축구 보는 것을 끼워넣으면 일상이 조금 더 생기가 돈다.
물론 일상에 칸막이가 될 만한 활동에는 다른 것도 많다. 운동도 있고 동호회도 있다. 새로운 취미를 배우기 시작해도 좋다. 그런데 그런 건 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하니까. 얼마 가지도 못해서 장애물이 작동할 가능성이 많다. ‘다음 월급 받으면 시작해야지.’라든지, '한 번 못 갔더니 그 후로 계속 안 가게 되네.’라든지.
그런데 ‘라이트한 축구팬’ 되기는 너무 쉽다. 3단계만 실행하면 된다. 꼭 직접가서 볼 필요도 없다. 일상과 병행 가능한, 제일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칸막이를 쳐줄 뿐만 아니라 관심사를 확장하도록 해주기도 한다!우리 팀의 유망주가 잘 되면 해외리그로도 나가고 세계 무대에서도 뛰거든. 이제는 '월클'이 된 손흥민을 보러 난 런던으로 여행을 갈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러고는 런던의 관광명소를 찾아보며 여행 계획을 세운다. 런던에 가는 김에 런던 역사도 한 번 알아보고 갈까 싶어 책을 찾아본다. 이렇게 관심사의 폭이 점점 넓어진다.
관심사가 늘어나는 것은 곧 행복을 뜻한다. 버트런드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의 조건으로 꼽은 게 바로 ‘관심사’이다. 관심사가 많은 사람은 결코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고. 관심사는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떤 활동을 할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관심사가 적을 수록 어떤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주말마다 방에 그냥 누워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라이트한 축구팬 되기 3단계
난 그방아쇠로 '축구 보기'를적극 권한다. 왜냐고? 관심사는 어느날 갑자기 늘어나지 않으니까. 아무 변화 없이 살던 사람이 어느날 관심사가 많은 사람으로 확 바뀌는 법은 없으니까. 자기계발서를 읽었다고 당장 삶에 변화가 생기던가? 변화는 변화를 해야 온다.
그래서 일단 쉬운것부터 시작해서 차차 늘려야 한다.축구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와 결과가 생긴다. 한 관심사에 머무르는 다른 취미와는 다르다. 무조건 확장된다. 일단 작은 계기만 줘도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더라니까.
애착하는 팀이 생기고, 관심사가 많아지니까 활동반경이 늘어난다. 그렇게 차근차근. 처음부터 과하게 변하려고 하면 체한다. 체하고 그만두면 무슨 소용인가. 몸만 상한다.
일상이 따분하다면 축구라는 특수 일정을 끼워 넣어보자. 그것만으로도 일상은 따분한 반복이 아니게 될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난 축구 때문에 글쓰기까지 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