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혁명 시대가 온다. 초고속, 초연결, 초분석의 시대이다. 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선수들은 전부다 GPS 같은 걸 몸에 지니고 뛴다. 움직임을 분석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해서 최적의 전술을 짠다. 점점 인간의 영역은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축구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일 것이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환호하는 때는 '인간이' 경이로울 때다. 기계가 다섯 명 제치고 골을 넣는 건 감동이 없다. 메시가 해야 감동인 것이다.
출처: 서울경제
축구 규칙이 계속 발달해온 것 역시 축구를 '인간의 것'으로 즐기기 위한 의지일 것이다. 기술의 과도한 발달로 축구가 재미가 없어지면 다른 규칙을 더 추가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축구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축구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 인간들은 계속해서 다른 규칙을 만들어 경기가 너무 쉽게 끝나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데이터도 더 이상 분석할 게 없고 규칙도 더 이상 추가할 게 없을 때는 어떻게 될까. 극한으로 발전하여 더이상 서로 겨룰 게 없어지면, 축구는 없어질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겨루는 게, 이기고 지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면 이제는 축구를 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승패'가 관중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게 되면 축구 경기 90분동안에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행동 자체를 구경하는 축구가 되는 거다. 그들끼리의 협동, 배신, 양보. 뭐 이런 걸 보는.그 내용이 스펙타클하고 재미있어야 흥행하고.
말도 안 된다고? 일단 들어봐 달라.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자본과 정보의 시대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올 거라고 했다. 드림 소사이어티란 '꿈'이 각광받는 시대이다. 소비자들이 효율성으로만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감성과 이야기가 들어 있는 상품을 사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일은 실제로도 다가오고 있다. 달걀 두 개가 있다면 우리는 대기업의 공산품 같은 달걀을 살까, 푸른 농장에서 방목한 암탉이 낳았다는 비싼 달걀을 살까. 우리는 분명히 둘 중 고민할 것이다. 산업화에서 정보화 시대로 바뀔 때도 그랬다. 두 시대의 가치가 혼재하면서 한 쪽은 지고 한 쪽은 점점 떠오르면서 변해 왔다.
스포츠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것'으로 남을 상품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최첨단 분석을 해도 결국 경기에 나서는 건 인간의 맨몸뚱이다. 축구는 먼 미래에도 '인간이 직접 해야 하는' 구식이다. 그걸 우리는 구경하게 될 것이다. 양 팀의 선수들과 감독, 주심과 부심이 나서 각기 다른 생각을 한다. 이 많은 인간들이 한 데 모여 90분동안 상호작용하는 사회활동을 구경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무조건 이기는 경기만 구경할까? 효율성의 시대라면 그렇겠지만 드림 소사이어티에선 아닐 것이다. 무조건 이기는 경기보다는 감동적인 경기를 체험하고 싶어 할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경기가 더 많이 팔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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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는 또 축구만한 게 없다. 스포츠 중에서도 제일 흥행할 종목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나오며, 쉼 없이 계속 뛰어 다니며, 경기의 목표가 명확하고(공을 따라다니고 골 넣기), 90분 안에는 무조건 어떠한 기쁨이나 슬픔이 생긴다. 관객이 실시간으로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환호를 하고 야유를 하면서.
미래의 축구는 승패에의 연연 없이 축구를 하는 그 자체를 재미있게 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나는 상상해 본다. 몇십 년 후에 이 글이 성지가 되면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