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마다 나에겐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대한 공포가 엄습한다. 뭐라도 터지는 날이면 잠을 한숨도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입사 후 3개월째부터 꾸준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직장은 수명을 주고 돈을 버는 곳이다.
그 건으로 인해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수초마다 요동치던 심장의 얼얼함을 잊지 못한다. 자려고 누워서는 10분마다 걱정이 새로이 고조되어 심장이 묵직하게 날뛰었다.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일주일은 그렇게 심장의 격동 마사지를 견뎌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한 것이다.
멘탈붕괴 상태로 야근밥을 시킨 날이었다. 좀 쉬다 일하자 싶어 축구를 잠깐 틀었다. 그런데 웬걸, 축구 중계 소리를 듣자마자 갑자기 심장에 '화아-' 하고 안정이 오는 게 아닌가. 그 동안 쪼그라들어 바짝 힘주고 있던 심장이 스르르 이완되는 것이었다. 주름 하나 없는 매끈한 밀가루 반죽처럼. 믿어지지 않겠지만 진짜다!
"호와-"
나도 모르게 숨이 확 트이면서 심장이 가벼워졌다.일주일만에 심장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출처: Pixabay
나는 빗소리 어플을 깔아두고 가끔 듣는다. 추적추적 빗소리와 발라드 노래를 동시에 틀고 휴식하면 분위기 나고 좋다. 그 어플을 깔아놓은지가 5년은 됐는데, 그래도 이렇게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효과를 느낀 적은 없었다.나한테는 축구중계 소리가 휴식을 주는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한테는 축구가 힐링인 것이었다.
세상에!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자신에게 힐링이 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건 엄청난 소득이다. 누군가는 '힐링'을 하겠다고 돈을 들여 요가를 하고 여행도 가는데 나는 축구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가능하다니 얼마나 이득인가. 그것도 직접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니. 그래서 나는 이 '힐링'을 자주 자주 이용하기로 했다.
공기계로 축구중계 틀어놓고 딴짓하기
주말에 나는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거의 '디지털 좀비(?)' 생활을 한다. 결제해둔 TV 어플로 밀린 드라마를 보고, 지겨워지면 책을 읽고 블로그를 하거나 브런치 글을 쓴다. 오후에는 축구를 켜는데, 90분 내내 집중해서 보지는 않는다. 그냥 켜놓고 내 할일을 하면서 본다. 해설 소리가 '어어어!' 하면서 커질 때, 내가 좋아하는 선수 이름이 나올 때, 또는 우리 팀이 페널티킥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일 때만 본다. 아닐 때는 축구 중계를 백색소음 삼아 다른 생각이나 다른 일을 한다.
축구를 90분 내내 집중해서 봐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축구의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면서 분석하면서 볼 필요도 없다. 그것 또한 압박으로 작용해서 피로를 쌓이게 할 수 있다. '라이트한 축구팬'은 달라야 한다. 틀어놓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는 것.
아무 것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뇌가 지치는' 주말이 한 번씩 있다. 그럴 땐 아무리 좋아하는 축구라도 뇌가 아우성친다. 정보 좀 그만 받으라고. 축구를 봐도 머리에 도무지 안 들어온다. 그럴 땐 틀어놓고 그냥 흘러가게 둔다. 나에게 안정을 주는 그 백색소음 비스무리한 것만을 취하기 위해서.
축구를 꼭 한 가지 방법으로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뭔가를 좋아함에 있어 유연성을 가지게 될 때 정말로 롱런할 취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