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축구에서 보고 싶은 것

축알못의 애증의 수원 -3

by 도리

아무리 좋다 좋다 하지만 이번 주는 정말로 한숨나온다. 도대체 축구팬이 축구에서 보고 싶은 것은 뭘까?

사실 별 것도 없다. 이기는 모습을 보면 제일 좋겠지만 이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안다. 못 이긴다면? 상대팀보다 우리가 더 투지있게 구는 것. 그것뿐이 아닐까?


앞서 '라이트한 축구팬'은 응원할 팀을 고른 다음 그 팀과 희비를 같이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희와 비를 같이하고 싶다고 했지 답답을 같이하고 싶다고는 안 했다. 화성FC와의 FA컵 4강전, 이기지도 못했지만 그건 둘째치고 어떻게 그렇게 의욕이 없어 보이고 태클은 무리하게 하던지. 정말 말 그대로 기분이 '안 좋아'졌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물론 누군가의 투지를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나도 회사에서 엄청 열심히 일했는데 팀장은 몰라서 잔소리를 하면 순간적으로 울컥하니까.

그리고 선수들만의 잘못도 아니다. 음, 선수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의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나도 내가 몸담은 조직에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순간순간 일을 하기가 확 싫어지는 것처럼. 프로선수도 축구가 일인, 그냥 사람이니까. 사람이 매번 전력을 쏟아부으며 살 순 없으니까.


아니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항상 어떤 현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음 경기도 생각해서 체력을 안배해야 할 수도 있고, 감독이 굳이 끝까지 따라가지 말라고 시켰을 수도 있지. 회사로 치면 나는 보고서를 계속 올리는데 상사가 결재를 안 해 준 건데 내가 일을 안 한 것처럼 되는 거지.

출처: 오마이뉴스

어쨌건간에.

K3에서 뛰는 화성FC와의 경기에서, 그것도 수원삼성의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할 수 있는 FA컵에서 그렇게 지지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준 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거짓말이 아니고 화성FC가 더 프로같았다. 물론 주구장창 이 대회만 준비했겠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정말 좋았다. 어렵게 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그 경기를 본 누구라도 화성FC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화성 팬들이 기뻐하는 장면이 나오자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 이건 1차전이었어. 아직 2차전이 남았다고 생각하, 고었지만 타가트가 부상을 당했다. 우리는 원래 수비를 책임져 줄 선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공격을 책임져 선수까지 잃고 말았다. 감독은 FA컵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감독까지 잃을 지경이니 사태가 심각하다. 아, 물론 또 의미없는 걱정이겠지만.


팀도 답답, 경기도 답답. 승부의 경기이다보니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축구는 관객들이 관람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이기기 어렵다면 제발 상대팀보다 투지넘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간단하다. 경기결과를 가져오거나, 스토리라도 가져오거나!

이게 뭐냐고! 결과도 뺏겨, 스토리도 다 만들어 바쳐. 기사들 보면 알지. 연봉은 4배 차이라느니, 수원삼성에서 방출의 아픔을 겪은 선수가 화성FC에서 친정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느니. 절박함이 그들을 춤추게 했다느니. 으아아악, 가슴에 천불이 난다.


우리 수원은 재미있는 경기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기대도 하지 않고 무한한 자애로움으로 '의리로' 보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된다. 수원 사랑하지만 나도 축구 신나게 보고 싶다. 무표정이 아니라 슬퍼하며 기뻐하며 보고싶다. 경기도 답답한데 상대팀이 더 투지넘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팬의 마음이 정말, 좀 울적하다. 고구마 백개 먹은 목맥힘도 같이 온다. 이 현상을 기억하기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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