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에서 겨우 겨우 놀고 있는 우리 수원에서 내가 아껴 마지않는 선수가 있다. 바로 타가트!
타가트는 호주 출신의 수원삼성 용병 선수다. 현재 K리그에서 1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호주에서 유망주였고 국가대표까지 승선해서 EPL의 풀럼이라는 팀에까지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부상으로 잘 풀리지 않았고, 다시 호주로 돌아가 득점왕이 되어 수원으로 들어왔다.
출처 : 수원삼성 공식 인스타그램
호주에서 득점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K리그도 무시하는 우리나라 축구팬의 눈에 호주의 A리그는 더 낮다고 평가되는 리그였다. 게다가 팔에 한가득한 그 문신은... (지금은 효자가 긴팔 입었다고 생각하니까 아주 무섭진 않다.)
화려하게 영입된 것도 아니었다. 원래 이란 선수가 영입됐었다. 그런데 '블루윙즈 수사대'가 구단도 몰랐던 도핑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영입오피셜을 하루만에 취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러고 데려온 게 타가트였다. 딱히 관심을 받을 분위기가아니었다. 그저 아시아쿼터 한 명 채우는 것이려니, 득점왕이라니 어느 정도는 하겠거니 했을 뿐이다.
현재 K리그의 용병 쿼터는 4명이다. 외국인 선수는 4명만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4명 중 1명은 AFC(아시아대륙 축구연맹) 소속 국적의 선수여야 한다. 나머지 3명은 어느 국적이나 상관없다.
모든 용병 쿼터는 소중하게 쓰인다. 좋은 용병을 데려오려고 스카우터들이 매의 눈을 한다.
주로 우리보다 축구를 덜 잘 하는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가 대상이 된다. 1년간 수원에 둘도 없는 기여를 하고 떠난 사리치가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국가대표다.
또는 우리보다 축구를 잘 하는 나라의 출세하지 못한 선수(?)(표현력 부족을 용서해주길..)도 주된 대상이다. 작년 경남에서 무려 26골로 K리그를 씹어 먹은 브라질4부리거 말컹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에 비해 아시아 쿼터는 '엄청난' 선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나라 축구가 이미 아시아에서 상위권이기 때문이다.
설명이 길었다! 헥헥.
사실 용병제도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글이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이다. 나는 매일 '설명충'이 안 되는 방법을 고민하지만 항상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수원에 호주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면, 믿겠는가?
올 시즌 별 기대를 받지 않고 들어온 타가트는 '적응 기간이 뭐예요?' 하듯 첫 경기부터 골을 넣으며 단숨에 수원 팬들의 '타갓(GOD)'이 되었다. 처음엔 데얀과 선발을 다투기도 했으나 얼마 안 돼 완전히 선발을 꿰차게 되었다.
출처 : 수원삼성 공식 인스타그램
그는 배신이 없었다. 25경기16골, 정말 '웬만하면' 골을 넣어줬다고 보면 된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6월에는 5년간 낙방하던 호주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었고, 7월에는 수원의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었으며, 9월에는 호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도움까지 기록했다.
호주 출신의 공격수가 이렇게 엄청난 활약을 보이자 수원은 내친 김에 호주의 미드필더까지 데려왔다!귀중한 국적 불문 쿼터를 아시아국가에 쓴 것이다.
하지만 몇 개월 전과는 달리 팬들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안토니스도 호주 국가대표에 몸담았었고, 타가트와도 어릴 때부터 알았다고 하니 더 격렬하게 응원했다.
출처 : 수원삼성 공식 인스타그램 (한의권은 덤)
그리고 오자마자 안토니스의 도움으로 타가트가 골을 넣었다!이 장면은 호주에서 3만 명이 시청하고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K리그가 '해축' 아닌가.
수원의 이임생 감독은 타가트의 인성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여러 번 칭찬했다. 그는 성실과 실력으로 호주 선수에 대한 인식을 호감으로 만들었고,고향 선수가 K리그에 진출하는 길도 열었다. 그리고 K리그에 대한 호주의 관심도 일으켜주었다. 나를 포함한 수원 팬들은 호주 국기를 사야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항서와 베트남처럼, 축구의 용병 제도는 나라 간에 왠지 모를 친근감을 만들기도 한다.
내년인 2020년부터는 '동남아 쿼터'가 신설된다. ASEAN 국가 선수로 한 명 더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총 5명의 용병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남아 쿼터는 더더욱 기대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K리그의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은 팬들도 필요성을 공유하는 부분이다.
출처 : GOALTV 이웃집K리거 캡쳐
생전 영어공부는 그냥 공부일 뿐 스스로 하고 싶었던 적이 없던 나는, 어느 날 한 리포터가 타가트를 영어로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와, 나도 영어 잘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축구의 용병 제도는 나한테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기도 하다. 또 모르지 않나. 동남아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내년 여름엔 동남아의 어느 나라로 놀러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