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의 재조준 -파이널 라운드!

축알못의 축구보기

by 도리

저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됐다. 작년에 FC서울이 11위까지 떨어져 강등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것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던 나로서는, 올해 파이널(구 '스플릿') 라운드 또한 대하게 된다.


3월부터 시끌벅적 달려온 K리그가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K리그1 12개 구단은 주 자신을 제외한 11팀과 세 번씩, 총 33라운드의 정규 경기를 10월까지 마치고, 38라운드까지의 5경기를 '파이널 라운드' 치르게 된다.


33라운드까지의 승점을 기준으로 상위권 6팀은 '파이널A', 하위권 6팀은 '파이널B'로 들어간다. 제는 같은 파이널에 속한 5팀과 지막 승부를 내는 것이다.


정규 라운드는 승점을 얻어 높은 순위를 얻는 것이 목표이만, 리그가 끝나갈수록 순위가 대충 윤곽 드러나기 마련이다. 루즈해질 때쯤 해서 다시 번쩍 뜨이는 게 파이널 라운드다.


나는 이걸 '목표가 재조준된다'라고 한다. 파이널 라운드는 경쟁자가 5팀으로 줄어들고 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진다. 파이널A는 3등권 싸움, 파이널B는 꼴등권 싸움을 펼치게 되기 때문이다. 파이널A는 3위 안에 들어 내년 아챔 출전권을 따는 것, 파이널B는 최대한 꼴등권에서 멀어져 강등을 피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아챔: ACL(아시안챔피언스리그)을 줄인 말. 아시아 대륙의 최강 클럽을 뽑는 대회.


그 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다가도 눈앞에 목표가 보이면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표를 다시 조준하고 달린다. 파이널A로 가면 6위가 3위 안에 들으려면 두 팀만 제치면 되기 때문에 '할 만할 것 같은' 의욕이 생긴다. 파이널B로 가면 7위라도 앞으로의 경기를 다 지면 강등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긴장상태가 된다.


막연하가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면 다시 의욕을 내게 된다. 몇 년째 꼴찌까지 갔다가 강등의 문턱에서 올라오는 '잔류왕' 인천은 파이널 첫경기에서 승리했다. 유상철 감독과 이천수가 눈물을 흘렸다. 아니, 평소에도 잘 해서 애초에 파이널A로 들어가면 좀 좋겠냐만은 인천은 자꾸 강등 위험이 생겨야 의욕이 생기는 모양이. 매번 하위권까지 떨어져서 연말엔 강등 전쟁을 치르고 드라마를 만든다.


이런 것을 보면 항상 실력의 절대적인 차이가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인천이 강등 안 당할 실력이었으면 정규 라운드에서 굳이 매번 꼴찌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를 치르면서야 강등 위험에서 벗어난다. 막연하던 목표가 '살아남기'로 재조준되고, 이제까지 몰랐던 모든 의욕을 치열하게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위권인데도 그걸 지켜본(같이 목표를 재조정한) 팬들도 함께 울고 웃는다.


항상 1등을 하는 것만이 '목표'여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때 그 때의 현재 처지에 따라 목표를 재조준해서 다시 달리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맨 처음의 막연한 목표, 당연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목표만 쳐다보면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를 재조정해서 다시 달리면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 매주 수요일에 글을 올리고 있지만 저번주는 빼먹었습니다. 브런치북을 만드느라요. 그리고 다음주와 그 다음주도 쉽니다. 신혼여행을 가거든요^^;

짐을 싸야 하는데 이번주 수요일엔 꼭 글을 올리고자 꾸벅꾸벅 졸면서 이렇게 썼습니다. 그림이나 오타는 내일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틀 사진출처: spo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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