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K친아

축알못의 돋보기 -1

by 도리

이번 주말 새벽, K리그의 아들이 잘 자라 '슈퍼 코리안 위크'보였다.

프랑스의 리그앙에 진출한 황의조, 리그앙을 거쳐 독일의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권창훈이 각자 데뷔전과 데뷔골을 기록한 것다.

출처: 보르도, 해당 중계화면 캡쳐


게다가 두 골 다 동이었다!(나만 감동적이야?)

권창훈은 85분까지 벤치에 있다가 교체로 투입되어 5분만에 골을 넣었고, 황의조는 같은 팀 선수가 공을 딱 잡자마자 기장 끝에서 끝까지를 실하게 전력질주해서 골 성사시켰다.


이들은 모두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K리그의 아들들'이다. 수원 팬들이 가장 뿌듯했던 것이 권창훈의 성장을 지켜본 것이랬는데, 는 그 과정을 못 겪은 게 아쉬워 이제부턴 겪어보고자 한다.


유스 시스템이란 유소년 선수를 키우는 시스템을 말한다. K리그 구단들은 다 연령별 유스팀을 두고 있다. 프로구단 의무이다. 선수를 키워 쓰라는 것이다.(특히 도무지 자본괴는 거리가 먼 우리 K리그는 더더욱..) 울산현대 같은 경우는 울산현대고에서 U-18팀, 울산 현대중에서 U-15 팀을 육성하고 있다. 초딩팀(U-12)도 따로 있다.


이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키워서 그 구단에서 프로계약을 맺기도 하고, 잘 해서 외국 팀으로 바로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우리나라 축구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인 셈이다.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 뿌리부터 튼튼히 내리게 하는 작업이다.


이 글을 쓰려고 알아보니, 우리나라 유스 시스템은 생각보다 '많이' 잘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1. 프로처럼 임하는 대회

먼저 유스팀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프로와 똑같은 모양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빈다. 일단 자부심이 생긴다. 유스도 프로처럼 연중 하는 리그(K리그 주니어)가 있다. 각 연령별로.

그리고, 8월 한달간 열리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대박이다. 프로가 뛰는 포항 스틸야드에서 뛸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그리고 프로처럼 선수들 개인별 데이터도 분석해준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동경하고 체험하면서 얼마나 동기부여가 많이 되겠는가. 왜 우리도, 어릴 적 엄마 립스틱과 같은 모양의 '틴트'를 보고 얼마나 설렜었던 것처럼...!?


2. 의무출전, 준프로계약 등의 제도적 장치

유스팀에서 자란 선수들이 프로팀에 잘 적응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U-22 선수 의무출전' 조항을 두었다. 모든 K리그 경기 시 각팀 선발 명단에 22세 이하 1명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그래도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구비해둔 것이다. 원래 규정은 23세였는데 이 제한을 한 살 더 낮춘 것이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건 딜레마다. 규정상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모든 팀이22세 이하 선수를 선발출전 시키지만 막상 몇 분 안 쓰고 교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막상 프로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실력이 뛰어나면 고등학교 졸업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프로처럼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준프로계약을 열어두었다. 수원도 오현규나 박지민 같은 준프로 선수들이 있다. 현직 고3이 프로경기를 뛰는 거다. 실력이 되는 선수를 더 빨리 프로에 정착시켜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아메리칸 유러피언이 아닌 무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라고 생각해본다면 많이 획기적인 제도 아닐까.


3. 유스 트러스트 평가제도

유스 시스템이 많이 선진화되었다고 해도 부족한 건 있기 마련이다. 평가 기준을 만들어 유스 트러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같은 프로구단이라도 돈이 많은 구단과 돈이 없는 구단의 유스는 사정이 천차만별로 다를 수가 있다. 유스팀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고 양질의 유스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꾸준히 평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유스를 키운지 10년 정도 지난 지금, 실제로 유스 출신 선수들이 잘 자라 우리나라 축구 곳곳에서 활약을 넓혀가고 있다. 저번 주말을 빛낸 권창훈과 황의조는 각각 수원삼성(매탄고)과 성남FC(풍생고) 유스 출신, 월드컵 국가대표인 황인범 또한 대전시티즌 유스팀이 있는 유성중과 충남기계공고를 나온 '로컬 보이'다.


최근에 준우승 신화를 쓴 U-20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도 해외파 빼면 다 K리거다(당연한 말..). 아산무궁화에서 군복무 중인 오세훈이 울산 현대고를 나왔다. 미드필더 최준과 수비수 김현우도, 이번에 벤투호에 깜짝 발탁된 이동경도 울산 유스 출신이다. 이동경은 꽤 어린데도 프로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연령대 불문 K리그 유스 출신이 없는 대표팀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이렇게 잘 자란 '내 새끼'들은 우리나라 축구 수준 자체도 올려주겠지만 팬들의 애착도를 더 높여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성장과정을 지켜봐 온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골을 넣고, 해외로도 진출한다면,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까!


지금 K리그에 등록된 전체 선수들 중 유스 출신 비율이 25%나 된다고 한다. 유럽보다 높다고.


출처: 스포츠서울

우리도 우리 선수가 잘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좋은 시스템에서 다들 준수하게 큰다.

지금 눈에 띄는 유스 선수가 있다면, 분명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엄청난 선수로 자랄 수도 있다! 권창훈의 성장을 지켜본 수원 팬들이 나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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