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키노 번화가와 오타루 그리고 쇼핑
다음날 아침은 굉장히 피곤했다.
전날 비에이 투어+시내 걷기의 여파로 우리는 둘다 잔뜩 부은 얼굴이 되어 깼다.
사실 하루종일 먹고 자기 직전까지 먹다가 자서 살이 찐 것이겠지만 피곤해서 부은 거라고 생각하기로했다.
스스키노역으로 가기 전에 아침으로는 제대로 된 회전초밥을 먹기로했다.
오픈시간에 맞춰 가려고 부지런히 걸었는데 날씨도 좋고 공기도 청량했다.
삿포로 하늘이 굉장히 높고 파란색이라 내일부터 서울의 먼지 가득한 공기를 다시 마실 것을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졌지만 서로 슬픈 생각은 하지 않기로했다. 건물들은 대체로 간격이 좁고 각져있어서 서울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일본스러운 풍경이었다. 일단 내 키만큼 쌓여있는 저 눈들이.. 정말 심했다.
그래도 첫날 왔을때보단 현저히 녹아있었는데 일주일만 늦게왔으면 눈구경을 못할 뻔 했다. 날씨도 좋고 너무 성수기도 아니라 붐비지도 않았다. 여행 시기를 잘 잡고 온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20분 남짓 열심히 걸어 회전초밥집 도착.
현지인들이 오픈하기도 전부터 입구에 줄을 서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가게가 오픈해서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주문하는 방법이 뭔가 특이하고 복잡했는데 한글 메뉴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초밥의 번호를 적어서 주면 바로 만들어준다.
한접시에 2피스씩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여러 종류의 초밥을 먹어보기 위해 한접시 씩 여러 종류를 주문했다.
나는 비린내에 예민해서 생선알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 와서 안먹어보긴 아쉬워서 하나 도전해봤는데
존맛은 아니었지만 맛이 없지도 않았다. 비린내는 전혀 안나고 짠맛이났다.
다만 나는 생선알 식감이 취향에 안맞나보다.. 녹차가루 직접 퍼서 뜨거운물에 타먹었는데 차가 정말 깔끔하고 맛있었다. 한접시 먹고 입안을 깔끔하게 행굴 수 있는 맛이었음.
이건 두접시나 시켜버린 참치초밥. 생선살이 정말 통통하고 맛졌다.
궁금해서 시켜본 계란말이. 나는 처음에 두부튀김인줄 알고 먹었다가 깜짝놀랐다.
오빠는 정말 좋아했는데 나는 한국의 짭짤한 계란말이가 더 맛있다. 계란은 부드러웠지만 너무 달아서 약간 느끼한 맛이 났다.
연어초밥! 제일 좋아하는 생선이 연어라서 맛있게 먹음. 부드럽고 고소하다.
이건 제일 비싼 검은 접시에 나오는 새우회 초밥.
새우회는 도전해본적이 없었는데 엄청 새로운 식감이었다. 끈적하고 쫄깃한 맛이라고 해야되나?
점액질을 먹는 것 같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날것의 해산물을 안좋아해서 또 먹고싶진 않았지만 오빠는 완전 맘에 들어했던 것으로 보아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게 먹을 것 같다.
내가 진짜 맛있게 먹은 지느러미 구이 초밥..ㅎ
익혀 먹는 것이 최고!! 진짜 고소하고 통통해서 입안에서 녹는 맛이었음.
사진을 차마 못찍은 것도 몇접시 있음 먹느라 바빠서.. 여튼 생각보다 많이 못 먹은 것 같았는데 배가 불렀다.
그래도 비싼것 위주로 시켜서 돈이 꽤 나갈 줄 알았는데 2만원을 조금 넘는 가격에 두번 놀랐다.
배를 뚜들기며 스스키노 역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쇼핑도 하고 만화책을 파는 곳에도 가보고 싶었기 때문!
초밥집에서 스스키노 역까지는 거의 40분정도는 걸어야했던 것 같다.
눈길이라 삿포로역까지 가는 길이 조금 더 걸리고 지하도로도 생각보다 꽤 걷는다.
먹고 소화시키기엔 아주 좋음.
그러다가 지하도에서 모스버거를 발견했는데 평소에 모스버거를 좋아하는 오빠가 먹어보고싶다고 했다.
그래서 양심이 있으니 하나 시켜서 나눠먹기로 하고 데리야끼 버거를 주문했음.
완전 짭짤하고 양배추가 엄청 많고 신선해서 아삭아삭했다. 초밥으로 배가 부르지 않았으면 하나 다 먹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ㅠㅠ 탄산을 안 좋아하는 나는 메론소다가 그냥 평범했는데 오빠는 한국의 메론소다보다 맛있다고 했다.
날씨가 많이 춥지도 않고 맑아서 기분이 두배로 들떴다.
장미캔디랑 킷캣같은 선물용 주전부리를 사고 만화가게로 향했다.
오빠가 만화를 좋아하고 나도 많이 보기 때문에 만화의 본고장인 일본 만화가게가 정말 궁금했다.
만화책 뿐만 아니라 피규어랑 열쇠고리, 가챠같은 것도 꽤 다양하게 있었다.
그와중에 충격적이었던 양고기 캐릭터.. 귀여운 캐릭터를 구워먹으려고 하는 모습이다.
애니메이션 음반도 잔뜩 있었다.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표지가 선정적인 만화들이 대부분이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그리고 진짜 별로였던건 25금 성인물이 학생들도 다니는 곳에 아무렇지 않게 개방되어있었다는 점이다. 지하에 분리된 곳이 있긴 했지만 윗층에 미성년들이 보는 코너에도 대놓고 성인물 포스터가 널려있어서 뭐지 싶었다.
나는 친구들 선물로 가챠를 몇 개 뽑았고 오빠는 넨도로이드를 두개나 구입했다.
한국보다 저렴하고 종류도 많아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스스키노역에서 다시 삿포로역까지 걸어온 후 바로 JR선을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3시쯤이었는데 도착해서 우니동을 먹고 오르골당 구경 후 유니클로에 들러서 옷도 사고 운하 구경하며 디저트를 맛볼 예정이었다. JR선을 타고 가는 와중에 바다를 지나는데 바다 위를 기차로 달리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오타루 관광시에는 미나미오타루역에 하차해서 오타루역까지 걸어가면서 구경하는 것이 좋다고해서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렸음.
기차역에서 오르골당 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깝다.
걷다보니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굳이 찾지 않아도 오르골당인게 티나는 건물이 있었다.
오르골당 내부 구경은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우리는 일단 우니동을 찾아나섰다.
딱봐도 사람들이 몰려있는 디저트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한집 걸러 한집 씩 우니동 파는 음식점이 있다.
삿포로 우니동이 그렇게 맛있어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길래 설레는 맘으로 근처에 있던 곳에 들어갔음.
맥주도 시키고ㅎㅎ 밥먹을때 안시키면 서러움.
이건 내가 시킨 회덮밥 비슷한 것. 해산물 종류도 다양하고 큼직하게 들어있었다.
다만 엄청 고급진 맛은 아니었다. 특히 저 새우 대가리가.. 미관을 해치고있다.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맛!
사실 초고추장에 비벼먹었으면 진짜 맛있었을 것 같은데 일본은 대부분 간장이라 짜고 뭔가 아쉬웠다.
이건 오빠가 시킨 생연어+우니 덮밥.
생연어가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았던 것 같다. 오빠는 성게알을 추가로 시켰는데 표정을 보니 막 엄청 맛있게 먹진 못한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켜야하니 오르골당과 유니클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블로그에서 봤던 오르골당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굉장히 실망스러웠음..
사진으로는 반짝반짝 예쁘게 나오는 듯 한데 오르골은 너무 플라스틱 장난감같은 느낌이었고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없었다. 그리고 오르골만큼 사람도 많음.
제일 귀여워서 찍은 고양이 인형.
짧게 슥 돌아볼만은 하지만 3층까지 굳이 올라가서 볼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르골 생긴것도 다 똑같고 오르골 소리가 영롱하게 퍼지는 것도 아님..벽에 달린 스피커로 오르골 소리를 틀어놓는다.
호다닥 나와서 유니클로 걸어가는길. 옛날 일본스러워서 찍은 건물. 뭔가 불에 탄 폐가같은 느낌인데 1층에 가게가 있었다.
해가 점점 지고있다. 오타루는 해가 지면 더 예쁘다고해서 시간때울겸 천천히 옷을 골라보기로 했다.
엄청 거대한 매장은 아니었지만 깔끔한 건물에 도로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한국은 갑자기 25도까지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여름옷 장만하러 들어갔다. 한국보다 싼 옷도 있고 가격이 똑같은 옷도 있었는데 내가 산 치마랑 블라우스들은 만원 정도 더 싸서 이득 본 느낌이었음.
한가득 사서 다시 오르골당 쪽으로 돌아왔더니 어느새 조명이 켜져있었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하늘은 파랗고 조명은 은은하고. 사진찍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그리고 충격이었던 건 6시가 되자 디저트 거리의 모든 가게가 일제히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케익 한조각이라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6시에 이렇게 일제히 마감을 해버릴 줄 몰랐다. 허망한 마음에 한 군데라도 연 카페가 없나 찾아봤지만 정말 한 군데도 없었다. 칼처럼 6시에 닫는다.
디저트 거리도 조명이 켜지니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 거리를 배경으로 찍은 내 사진을 엄마한테 보내면서 '예쁘지?'라고 물어봤는데 엄마가 '응 너빼고'라고 대답했다.
dslr 설정을 잘못해서 야경이 자꾸 흔들리게 찍힘 ㅡㅡ
이제와서 사진첩을 뒤져보니 이 날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서 속상하다. 배경이 이렇게 예뻤는데!
디저트 거리를 쭉 따라 걸으면 나오는 오타루 운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장면이었다. 다만 사람이 많아서 사진찍을 장소를 잘 포착해야함.
눈이 쌓여있고 딱히 난간같은 것이 없어서 사람에 치여 미끄러지면 운하에 빠질 것 같았다.
어떤 관광객들은 배도 타고 다니던데 단체로 표를 사야하는 것 같았다.
운하 따라 걸어오는 길에 해가 완전히 져버림. 오타루 관광은 이 정도로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했다.
돌아오는 길에 기차에서 무지 졸았다. 분명히 오빠랑 찍은 사진을 구경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중간부터 의식이 사라졌다.
그리고 삿포로에 도착해서 마지막 저녁을 그냥 마치기 아쉬웠던 우리는 숙소에 가방만 내려놓고 다시 나갔다.
낮에 숙소 바로 옆에 꼬치집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마지막으로 맥주 한잔 하면서 일본 닭튀김과 꼬치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맥주를 시키면 기본으로 야채 절임같은 안주가 나오는데 너무 맛있어서 흡입했다. 잘게 찢은 닭가슴살이랑 브로골리, 연근, 각종 나물 비슷한 것들이 짭짤하게 버무려져 있는데 밥반찬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일본의 치킨 가라아게. 순살인데 촉촉하고 엄청 짭짤하다. 레몬을 뿌려먹으면 맛있다.
근데 정말 짰다. 모든 음식이 맥주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짜다.
이건 고기완자꼬치(이름 기억 안나서 멋대로 쓰고 있음)
반숙은 먹어도 완전히 날달걀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꼬치를 찍어먹으니 굉장히 고소했다. 비린내가 날 줄 알았는데 하나도 나지 않고 부드러웠다. 역시 짰다.
마지막으로 시킨 간꼬치, 치즈를 얹은 양파고기꼬치, 그리고 간장닭꼬치.
한국에서 양꼬치는 자주 먹어봤지만 이런 안주 꼬치집은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었는데 손가락 만한 꼬치가 배가 부르다는게 신기했다. 맥주를 많이 먹어서 그랬나?
일본 화장실은 정말 깨끗한 것 같다. 관광지라 더 신경쓴건지 모르겠는데 변기 레버도 손대지 않고 센서로 인식되고 물도 조용히 내려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는건지 청소를 자주 하는건지 3박 4일동안 다니면서 작은 음식점 화장실 하나도 더러운 꼴을 못봤다. 공공예절, 특히 화장실 문화는 배워야 할 것 같다.
꼬치먹고 편의점에 또 들러서 산 만두. 편의점 고기만두가 궁금해서 배불러 터지겠는데도 불구하고 사왔다.
마지막 날이라 목 끝까지 먹을 것을 채워넣겠다는 일념으로..
우리나라 고기만두랑 재료는 비슷한데 간을 간장으로 한건지 미묘하게 달랐다. 이것조차 짰다. 그래도 맛있었음.
짜잔! 만두만 사온게 아니었지롱^^
내일 아침 먹을 것과 디저트를 잔뜩 샀다. 오타루에서 못 먹은 한을 편의점 디저트로 풀 생각으로ㅠㅠ
아침 먹을 것이라고 사왔지만 저중에 3개는 술먹으면서 먹어버림.
근데 편의점 디저트 퀄리티가 웬만한 한국의 카페 디저트보다 맛있었다. 먹자마자 당뇨걸릴 것 처럼 마구 달지 않은게 내 취향이었음. 바나나 파운드도 존맛. 남자친구가 무지 좋아했다.
결국 이렇게 마지막 밤이 끝났다.
둘다 한국가기 싫어서 거의 울면서 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