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습니다

by 본격감성허세남

우리 가족의 여행기가 처음으로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우리의 여행과 전혀 상관없는 공개 이미지로 만들어진 공통 규격의 표지, 편집을 직접 한터라 군데군데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고, 게다가 개인 소장용이긴 하지만요. 최근에 대만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썼듯이 수인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한 번쯤 정리하는 시점이 온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은 이전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느낌도 있었지요. 그러던 상황에 <브런치 P.O.D>라는 이름으로 책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생겼기에 냉큼 신청했습니다. 모바일이 책 보다 접근성도 좋고 보기에도 좋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뿌듯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안심도 됩니다. 아날로그를 버리지 못한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이전에도 계속해서 여행을 다니고 그것에 관련된 글을 쓰기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글이 '남겨놓기 위한' 글이었다면, 수인이와 함께 한 여행에 대해 쓴 최근의 글들은 '남겨주기 위한' 글입니다. 물론 그 대상은 우리 딸이겠지요.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내 이야기를 남겨놓기 위해 쓰던 글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남겨주기 위해 쓰는 글에 훨씬 더 애착이 가고 더 끈기 있게 쓰게 됩니다. 이전에는 숙제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기쁘게 쓴다고 할까요. 사실 저는 그렇게 남을 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딸을 위해서는 이렇게나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아빠라는 사실은 여전히 낯설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써온 글을 모아놓으니 375페이지나 됐습니다. 처음에 제주도에 갔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많은 기억들이 모였습니다.


20170525_004035~01.jpg 내 가장 중요한 독자에게 남기는 말


이런 글을 500명 가까운 분이 구독도 해주시고, 조회수도 15만을 넘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유용한 정보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의 호흡에 맞게 짧고 편집도 잘 된 글이 아니죠. 그런데도 이렇게 꾸준히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우리 딸에게 더 강력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봤는데 정작 당사자인 너는 안 읽어볼래? 얼른 읽어봐!"

"아이 참, 사실 아빠 엄마 좋자고 간 거 아니야? 나는 기억도 안 난다고."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죠?


사진은 특정 순간을 담아내지만 글은 연속된 시간을 담아냅니다. 그래서 글은 참 멋진 수단입니다. 앞으로도 글은 계속해서 남길 예정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도 계속해서 만들고요. 그렇게 조금씩 쌓여가다가 언젠가는 훌쩍 커버린 우리 딸이 우리 가족의 여행기를 이어서 쓰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봅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매거진의 모든 글을 수인이를 위해 썼습니다. 하지만 이 글만은 그동안 함께 읽어주신 많은 분들을 위해 씁니다. 덕분에 외롭지 않게 꾸준히 글을 남겨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미래의 독자를 위해 쓰는 글이라지만 기약 없는 독자 때문에 가끔 힘이 빠지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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