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까지 눈이 내렸던 날,
순천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조계산을 넘어가는 산길을 선택했다.
출발지인 선암사를 홀로 거닐다가
즉흥적으로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고맙게도 친구가 전화를 받고 기꺼이 함께 해줬고
그렇게 산길을 둘이서 함께 가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산을 넘어가기 전에
선암사의 찻집에서 향긋한 야생차 한 잔.
눈을 헤치며 산길을 올라
중간에 있는 간이식당에서는
비빔밥 한 그릇.
눈이 워낙 많이 쌓여서
혼자라면 무척이나 힘들었을 그 길이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여행의 매 순간을 온전히 느끼려면
홀로 다녀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마음이 맞는 동행이 있으면 이렇게나 좋은 법이다.
여행의 시간이 여행지가 아닌 사람으로 채워져
오히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일상이 번잡할 때면 그때가 떠오른다.
대부분 눈 밟는 소리, 가끔 대화가 오갔던
평화로운 그 산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