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교토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여행을 가면 으레 찾게 되는 그 흔한 맛집조차 이번에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대신 슈퍼에서 이것저것 사서 매일 아침과 저녁은 꼬박꼬박 숙소에서 해 먹었다. 하루에 한 끼 정도 밥을 먹을 때는 그냥 그 근처에서 적당해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먹었다. 무엇을 먹는가 또는 무엇을 하는가 보다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집중했다고나 할까. 이번 교토 여행이 특별했던 점이다. 원영이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인이가 더 커서 이제 완전히 자아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아빠 엄마가 다니는 곳에 수인이가 따라다녔다면, 이제는 정말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곳에 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즐거웠다. 누군가가 보면 장소를 옮겨서 육아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장소만 바뀌어도 같은 일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법이다. 가족여행의 즐거움을 새롭게 알게 해 준 교토, 아마 당분간은 앞으로의 여행도 이번 여행과 많이 비슷할 것 같다.
3박 4일 동안 방문한 교토의 명소는 딱 3곳 정도였다. 금각사, 난젠지, 후지미나리 신사. 그 외에는 명소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예를 들면 숙소라든지, 슈퍼라든지(집 근처의 Fresco, 좀 나가면 있던 큰 슈퍼인 Life). 아이들이 있으면 숙소에서도 할 일이 많다. 원영이처럼 어린아이라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병도 소독해야 하는 등 일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숙소에 오래 있었는데 이전과 달리 2명이 되니까 둘이서 예쁜 모습을 참 많이 연출해줬다. 동생을 예뻐하는 누나 덕분에 크게 어려움 없이 시간을 보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키우긴 힘들지만 2명이 함께 있는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그래, 육아는 이런 맛에 하는 거다.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셋째 날 갔던 토이저러스였다. 일본 장난감을 보여주겠다며 데려갔는데 수인이는 갑자기 자전거에 꽂혀서 정말 한참 동안 샘플 자전거를 타고 매장 안을 돌아다녔다.
"수인아 이제 좀 가면 안될까?"
"안돼. 아빠 봐봐. 엄청 빨리 가."
결국 나도 포기하고 예쁜 사진이라도 찍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패닝샷을 찍었다.
자전거를 포기시키고 꼬셔서 데려간 곳이 장난감 노트북(?) 또는 태블릿 코너. 거기서 일본어는 읽지도 못하면서 또다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잘 알아먹지도 못하는 게 뭐가 재밌다고 그러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한국어도 아직 잘 알아먹지는 못하잖아? 우리 딸의 눈에는 그냥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장난감들이 다들 탐구해야 할 걸로 보일 테니, 그래서 더 질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걸까. 원영이는 오랜 시간 동안 참 얌전하게 잘 있었다. 가끔 순해서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유럽 가서도 잘 부탁해 원영아.
또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키즈카페였다. 교토에 가서 키즈카페에 가다니,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래도 공짜여서 얼마나 좋던지. 수인이는 말 그대로 고삐가 풀려서 열심히 놀았다. 원영이도 상당히 재미있게 놀았다. 둘이 함께 미끄럼틀도 타고, 목마도 타고, 엄마를 불러가며 이것저것 보여주기도 하고. 꺄르륵 웃는 두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
"엄마 엄마 여기 와보세요. 엄청 재밌는 게 있어."
"원영이 미끄럼틀에 태워."
"내가 해볼게. 봐봐."
정신없이 바빴던 우리 딸.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집에 가자고 하니까 역시나 울음을 터뜨리던 우리 딸. 그래도 즐거웠다니 다행이다. 아빠 엄마도 흐뭇했단다.
이렇게 원영이의 비행기 예행연습차 갔던 교토 여행이 끝났다. 우리 가족이 모두 나온 예쁜 가족사진도 한 장 남았다. 이제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 수인이는 "네 명!"이라며 잘 센다. 넷이라니, 10년 전엔 둘이었는데 강산이 변하니 넷으로 늘어나다니, 늘 당연하게 여기던 이 현상이 새삼스레 신기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다는 것에 놀라고, 그래도 이렇게 예쁜 아이들까지 함께 다시 올 수 있게 되다니 나름 잘 살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생긴다.
수인이 어린이집에서는 매주 '주말 지낸 이야기'라는 것을 한다. 거기서 수인이는 이렇게 말할 거라고 연습을 했다.
"수인이는 교토에 가서, 번쩍번쩍 빛나는 건물도 보고, 키즈카페도 가고, 자전거도 신나게 타고, 일본 집에서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이 말이 우리의 이번 여행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가족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교토. 리조트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 아닌, 서울에서와 똑같은 생활을 하지만 장소만 바뀌더라도 이렇게 즐겁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 교토.
무척이나 즐거웠던 3박 4일이었다. 예행연습도 마쳤으니 얼른 바르셀로나로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