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의 도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안가의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 쪽으로 가면 자전거 대여점들이 굉장히 많다. 처음엔 그게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부터 금문교를 지나는 코스가 자전거 코스로 매우 인기가 많기 때문이었다. 금문교라면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를 넘어 미국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닌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유명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정작 가려고 한다면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거리만 해도 순수하게 14~15킬로미터 정도이고, 중간에 오르막 내리막도 이어진다. 시간으로 쳐도 모든 걸 다 고려했을 때 4~5시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힘과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가야 했다.
좀 더 여유 있게 즐기고자 일반 자전거 대신 전기 자전거를 빌렸다. 요즘 세상은 참 좋은 게 굳이 자전거 대여점에 가지 않더라도 앱으로 전기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확실히 여행하기가 매우 편해졌다. 배터리 많은 자전거를 골라서 빌린 후 자유롭게 타다가 정해진 곳에 반납하면 된다. 도시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으로 완벽했다.
이윽고 힘차게 출발.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자전거 타고 국내 여기저기 다녔는데, 이렇게 자전거 타고 여유롭게 라이딩을 하기도 오랜만이다. 날씨는 맑은데 살짝 흐려서 자전거 타기에 매우 좋은 날. 해안가 따라서 평이한 코스가 쭉 이어지기 때문에 기분 좋게 탈 수 있다.
드디어 금문교 도착! 보는 순간 전율! 이런 순간들 때문에 여행을 그렇게 사랑하나 보다.
금문교 주변에는 전망대들이 여러 군데에 잘 되어 있어서 잠깐 자전거를 멈추고 구경하며 사진을 찍기에 좋다.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보며 한참 동안이나 이 순간을 만끽했다. 특히 다리 상부가 구름에 가려서 더 거대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다리까지 가는 길도, 다리에서도 자전거가 지나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기에 아무 어려움 없이 편하게 랜드마크를 즐길 수 있다. 여기를 걷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때문에 이곳은 완벽하게 자전거를 위한 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느낌과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자동차는 그저 쓱 지나간다는 느낌이라면, 자전거는 그 안에 동화되어서 내가 일부가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늘 사진으로만 보던 랜드마크의 일부분이 된다는 느낌에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다리를 지나오니 거짓말같이 구름이 사라진 깨끗한 하늘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해변의 예쁜 마을을 보며 계속 달린다. 소살리토(Sausalito)라는 곳이다. 딱 봐도 부유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런 집들이었다. 약간 성북동 같기도 하고, 터키 이스탄불의 베벡 같기도 하고, 어찌 됐든 나와는 거리가 먼 그런 삶. 그래도 이렇게 여행 와서 그 풍광을 즐기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소살리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길엔 배를 타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온 후 배를 타고 돌아가는지, 표를 사려고 줄 설 때도 자전거가 자연스럽고, 배 안에도 자전거들을 두는 곳이 따로 있다. 그때부터는 약 20분 정도의 시간을 여유 있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오후에 출발했는데 한참 달렸더니 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 된 덕분에 배 위에서 멍하니 노을을 바라봤다. 좋은 날씨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더니 적당히 땀도 나서 기분도 좋고, 랜드마크를 지나 아름다운 길을 달려왔다는 것이 아직도 조금은 믿기지 않기도 하고, 살짝 피곤하기도 하고, 그런 복합적인 기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와서 자전거 반납까지 다 하고 나니 이윽고 저녁. 익숙한 곳에 오니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별것 아니지만 스스로가 대견했다. 해냈어!
누구든지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꼭 시간을 내서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직접 달려보기를 추천한다. 은근히 길고 힘든 코스이므로 꼭 전기 자전거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