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리코의 GR3X라는 카메라를 구입했다. 컴팩트 카메라인데 100만원이 넘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쓰던 카메라를 처분하고 과감하게 질렀다. 휴대폰보다도 작고, 그런데도 사진은 정말 잘 나오고, 언제든지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내가 딱 원하는 그런 카메라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지름의 기쁨이라는 게 바로 이렇게나 크다.
한 17~18번째 카메라 정도 되려나? 캐논 S30, 미놀타 DiMAGE A2, 펜탁스 K100D, 파나소닉 GF1, 캐논 S100, 펜탁스 K30D, 파나소닉 GM1, 파나소닉 GX85, 리코 GR, 캐논 파워샷 G7x, 캐논 파워샷 G7x mk2, 후지필름 X100F, 그 외 중간중간에 잠깐씩 쓰고 팔았던 수많은 카메라들까지. 늘 저걸 쓰면 더 좋을 것 같고, 저건 좀 더 커도 괜찮을 것 같고, 그러다가 또 귀찮아서 작은 게 좋고, 작으면 뭔가가 아쉬워서 다른 걸 또 보게 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됐다. 욕심이라는 게 참 무섭다. 아마 내가 살면서 가장 욕심을 부린 물건이 카메라이지 않을까 싶다. 유독 이 욕심만큼은 버리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뭔가를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가는데, 그래도 아직 이렇게 뭔가 사고 싶은 게 있다는 사실이 좋기도 하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최고의 원동력은 바로 지름신이다. 다만 카메라 지름신은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정말 정착해야지. 사실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건 핸드폰이라는 불편한 진실.